뉴스채널 YTN의 대주주 유진그룹에 대한 종사자들의 저항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윤석열 정부가 공기업 한전과 마사회의 YTN 지분 30%가량을 유진에 넘겨 최대주주로 만들면서 시작된 일이다. 재정 등에서 특별한 문제도 없는 상태였다. 모든 나라의 보수 정권은 일반적으로 공영언론에 불만이며, 걸핏하면 이를 없애고 싶어 한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낙하산 사장’에 YTN 구성원들이 저항하자 사영화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엉뚱하게도 진보 성향 문재인 정부도 YTN 및 서울신문 사영화를 시도했다. 다만, 서울신문만 팔고 YTN은 내외부의 반발에 실행을 멈췄다. 문 정부는 매각이 “언론사 인사나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공적 독립 구조를 만드는 노력도 없이 사영 자본에 쉽게 팔아버리려는 무책임한 판단이었다. 문 정부의 시도는 윤 정부의 디딤돌이 되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YTN 매각은 5명이 재적인 구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지명 위원 2명만으로 의결했다. 지난해 말 서울행정법원이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위법으로 판단한 일이다.
YTN을 인수한 유진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경영기획실장과 보도국장 등을 역임하며 노조와 갈등을 빚었던 김백씨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노조원들에게는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에 나선 노종면, 조승호 등 기자 6명을 자르는 등의 강권 경영 방식을 유진이 채택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노영방송’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영화의 원인을 대통령 부인 관련 보도 등 “편파 왜곡 방송”에서 찾았다. 단체협약에 명시된 임명동의제를 무시하고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이 또한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이 위법으로 판단한 행위다. 사영 체제에서, 김건희씨가 명품 가방 받는 장면을 방송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친정권적 질서가 재연됐다.
사태의 근인은 지난 정부의 불법적 매각이지만 보도 채널을 일반기업 다루듯 한 유진의 책임이 크다. 언론자유와 공정성을 추구하는 조직의 특성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경영권을 행사하면 안 되는 곳이 방송사다. 한국 법원은 방송의 자유와 공정성 의무는 노사 양측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애초부터 개방형 경영진 선임 기구 설치 등 편성의 독립을 지향했어도 모자랄 판이다.
유진은 최근 진보 성향 인물들로 YTN 이사회를 재편하고 역할을 강화했다. 인수 무효 판결 위기를 당대 권력에 맞춰 돌파해보려는 듯한 어리석기까지 한 일이다. 이는 종사자는 물론 보도 채널의 공적·민주적 기능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모욕일 뿐이다. 종사자들이 합력해 맨바닥에서 한국 최초의 보도 채널을 만들고,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돌아가며 무급휴직으로 버텼다. 권력의 침탈에 신음하고 저항하면서도 종사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이만큼 성장시켜놓은 곳이 공영방송 YTN이다. 돈 주고 최대 지분을 샀다며 갑자기 나타나 지난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보이지 않는 채 주인 행세할 곳이 아니다. 경쟁자의 진입은 막고 특혜적으로 주는 공적 보도 채널 운영권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다.
사회 자산인 공영방송의 존재 양식 변화는 당대 정부가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서구에서도 주요 공영방송이 사영화한 것은 1987년 프랑스의 TF1 단 한 건 외에는 없다. 물론 이것이 절대 불가침의 영역은 아니다.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적어도 “지금이 덜 나쁘다”라는 데 합의가 됐던 것뿐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있을지 모르는 공영방송 개혁은 개선이든 사영화든 관계없이 사회가 요구하는 합의된 목적과 방식이 중요하다. 일개 정권이나 정파 또는 몇몇 권력자의 생각과 경험만으로는 부족한 유기적인 사회기구가 공영방송이다.
강형철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