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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형사처벌 확대, 나아갈 방향인가

입력 2026.04.12 19:53

뭣이 중헌디.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을 가리켜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가 만든 영화 같다는 평을 보고 쓴웃음을 흘렸다. 과연 그렇다. 작고 무해하던 아기가 어느 순간 이해도 감당도 어려운 존재로 변해버린 경험을 부모라면 크든 작든 가질 것이다. 내 앞에 놓였던 아동학대 사건들 중 절반 이상은 자녀의 일탈 앞에서 좌절하고 분노하다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한 부모의 이야기였다. “판사님. 우리 애가요, 학교를 안 가요. 툭하면 가출하고 말도 안 들어요. 저는 처벌받든 상담받든 뭐든 다 할 테니까요, 우리 애 좀 어떻게 해주세요.” 이런 말을 들으면 막막해진다.

물론 아동학대 혐의로 내 앞에 선 부모의 말만 믿고 아이를 탓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기록 속 아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 적절한 지원이 없다면 아이도, 부모도 무너질 것이라는 점이 선명히 보였다.

아이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막막함은 더 깊어진다.

‘요즘 아이들’은 더 잔혹해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언제나 미성숙했고, 그 미성숙함 속에는 폭력성이 존재해왔다. 다만 과거에는 그것이 지금처럼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후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폭력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응 수위를 높였다. 이는 피해를 가볍게 보지 않겠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대응이 규제와 처벌 중심으로 흐른 것은 문제다.

가정과 학교에서 무엇이 폭력인지 가르쳐 폭력의 발생 및 확산을 막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개념을 가르쳐준다고 바로 이해할 수 있고, 이해했다고 바로 감정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면, 아이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폭력 발생 빈도와 강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안전한 공동체 안에서 실패해도 만회하며 감정과 행동을 성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경험하고 학습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흐른다.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해 사건·사고를 발생시킨 아이들은 학교나 사회에서 도움을 받는 대신 학교폭력위원회와 소년보호처분, 손해배상책임 등의 법적 단계로 곧장 진입하게 됐다. 소속된 공동체에서 낙인찍히고 배제된 아이들은 폭력과 범죄를 통해 생존하는 또래 공동체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인터넷과 SNS는 그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쉽게 말해, 집과 학교에서 빠르게 포기당한 아이들이 가출팸을 찾기 수월해졌다는 얘기다.

성인이 구축한 각종 성매매 앱이나 사기, 도박 시스템에 접속해 돈을 벌기도 쉬워졌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에 대한 돌봄과 교육, 보호의 사슬이 성긴 것은 여전한데, 기술의 발전으로 아이들이 유해함에 접속하기는 한층 더 쉬워진 것이다.

만일 예전과 다르게 어린아이들의 일탈이 너무나도 성숙해 보인다면 이 때문일 것이다. 내가 어릴 때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여아들이 성인 남성으로부터 성매매 제안을 받기가 쉽진 않았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일탈에 맞서 형사책임을 지우는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자는 대책이 주장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방향성인가.

지금도 촉법소년들은 법적 책임을 진다. 소년원 구금 처분까지도 가능하다. 촉법소년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얘기는 오해에 불과하다. 촉법소년이 형사책임을 지게 된다고 해서 그들이 갑자기 감옥에 가게 되는 것도 아니다. 즉, 형사미성년자의 범위를 만 13세 이상으로 넓힌다고 해서 만 13세의 범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 같지도 않고 지금까지 규제하지 못한 범죄를 비로소 규제하게 되는 것도 아닌데, 이 대책이 실행하기 아주 쉽다는 점 외에 무슨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

실익은 없는 대신 떠안게 될 위험은 명확하다. 우선 우리 헌법상 법률의 효력을 갖는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24호를 통해 형사책임을 지는 최저연령을 만 14세 이상으로 정할 것과 이미 정해진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하향 조정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협약 위반의 위험보다 더 중요한 점은, 우리 사회가 이미 아동의 일탈과 폭력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여왔다는 점이다. 대응 수위만 높였을 뿐 가정과 학교를 지원해 아동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한 결과 아이들의 위기는 나아지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대응 수위만을 더 높이는 것은 아이들을 더 깊은 낙인과 일탈의 위험으로 몰아넣는 길일 수 있다. 우리는 영화 <곡성>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들이 처한 위기의 원인을 잘못 진단해 굿을 했다간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 뭣이 중헌지 되돌아볼 때다.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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