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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구이는 멀리서 강하게

입력 2026.04.12 20:04

수정 2026.04.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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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저는 항상 불 조절이라고 말합니다. 요리의 품질을 결정하는 맛과 향, 그리고 식감은 식재료에 전달되는 열에너지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삶거나 튀기는 방식에 비해 굽는 요리는 제게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죠. 특히 생선구이가 그러한데요, 그래서 웬만하면 직접 조리하기보다는 전문 요리점을 찾는 편입니다.

어느 날 맛있는 생선구이의 비결을 묻는 저에게 단골집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멀리서 강하게 구워야 해요.”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강하게 구울 거면 왜 굳이 멀리서?’

요리에는 가급적 강한 열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식재료의 화학반응이 활발해지면서 맛과 향 성분들이 풍부하게 생성되죠. 그리고 식감에서도 극적인 변화가 생깁니다. 겉 부분은 수분의 빠른 배출과 단백질의 구조 변화로 바삭한 식감을 갖게 되고, 이것이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내부의 수분 유출을 억제해 안쪽은 부드럽게 익게 됩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보통 가스레인지 위에 팬을 올려놓고 생선을 굽습니다. 가열된 팬을 통해 전달된 열로 굽는 것이죠. 이처럼 뜨거운 물체와의 접촉을 통해 열을 전달하는 방식을 ‘전도’라 부르는데, 간편하기는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겉은 빠르게 익지만, 내부로까지 열이 전달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죠. 그래서 안까지 충분히 익히려고 온도를 높이거나 조리를 오래 하다 보면 겉이 타버릴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생선 윗부분은 열전달이 원활하지 않아 채 익기도 전에 내부로부터 수분 유출이 일어날 수도 있죠.

저의 단골 생선구이집은 커다란 화덕을 이용해 생선을 굽습니다. 화덕 안 고온의 열원은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전자기파의 형태로 공간을 가로질러 열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복사’라 합니다. 앞서 가스레인지로 가열된 팬의 경우도 복사열을 방출하기는 하지만 온도가 낮아 그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복사는 전도에 비해 열전달이 느리기는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장점이 있습니다. 열이 내부로 침투하기가 쉽다는 점입니다.

고온의 열원은 다양한 파장의 전자기파들을 방출하는데, 그 가운데 식재료 내부로 열을 전달하는 것은 주로 적외선입니다. 가시광선처럼 적외선보다 파장이 짧은 경우는 식재료 표면의 입자들에 부딪혀 내부로 침투하기가 어렵고, 파장이 더 길어지면 식재료 그 자체를 그대로 넘어가기 때문이죠. 모닥불 옆에 있으면 아주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적외선이 피부 안쪽까지 열을 실어 나르기 때문입니다.

화덕 안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은 생선을 골고루 둘러싸면서 열을 전달합니다. 그러면 겉이 골고루 바삭해짐과 동시에 적외선이 안쪽까지 침투해 속살을 익히게 되죠. 바깥에 빈틈없는 보호막이 형성되므로 속살의 수분 유출도 억제가 됩니다. 한편 이때 열원은 매우 고온이기 때문에 생선을 너무 가깝게 놓으면 겉이 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멀리서 강하게’라는 모순적인 상황이 필요한 것이죠.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커다란 화덕을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오븐인데요, 열원을 위아래, 때로는 좌우로도 배치해 골고루 복사열을 방출하도록 고안됐습니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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