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가치 부풀리기 차단
합리적 투자 위한 공시제 개선
매출 추정치 명확한 근거 제시
호재성 정보 언론 플레이 규제
금융당국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고질적인 정보 비대칭 문제에 칼을 들었다. 일반 투자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 제도를 손질하고, 미래 매출 추정치를 공시할 때도 가정과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오해를 부르는 공시가 기대감을 과도하게 부풀려 투자자들이 피해 보는 일이 막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발족식을 열었다고 12일 밝혔다. 이승환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지원실장, 하정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센터장 등 민간 전문가들이 자문위원으로 포함됐다.
금감원은 “투자자가 핵심 정보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의 표현 방식, 정보 구조 및 기재 기준을 전면 개선할 것”이라며 “3개월에 걸쳐 시장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여 제약·바이오 공시 전반의 개선 과제를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TF가 열린 배경에는 제약·바이오 업계 특유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있다. ‘임상 진행’ ‘기술이전 계약’ ‘미래 매출 추정치’ 등 관련 용어가 어렵고 내용이 모호해 일반인 입장에서는 정확히 어느 정도의 투자가치를 지니는지 정확하게 알기 쉽지 않다. 특히 다른 산업에 비해 유독 신약 개발·양산 등 미래 기대감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잦아 불충분한 정보와 근거 때문에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금감원 관계자는“향후 상장 단계에서는 증권신고서를 중심으로 기업가치 산정의 근거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상장 직전 공모가 산정 시 활용되는 가정·조건·추정치가 어떤 전제 아래 나왔는지 설명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전제가 바뀌면 미래 예상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담도록 할 계획이다. 상장 후에는 연구·개발 현황과 주요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개발 단계) 정보가 체계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임상 단계나 개발 현황을 사업보고서에 단순 나열하는 형태에 그쳤다. 앞으로는 파이프라인의 현재 위치뿐만 아니라 향후 일정, 주요 리스크, 기대되는 성과 등을 알기 쉽게 제시해 투자자가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하려는 것이 목표다.
언론보도와 공시 내용 간의 간극도 줄인다.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호재성 정보를 정식 공시가 아닌 뉴스를 통해 우회적으로 알리는 방식으로 주가를 띄운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예컨대 올해 코스닥 시장 주도주였던 삼천당제약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1일 ‘영업실적 등에 대한 공정 공시 미이행’을 이유로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 바 있다. 이 회사가 지난 2월 정식 공시 절차를 밟지 않고 보도자료를 통해서만 자사 제품의 해외 실적 전망을 배포한 점이 문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