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설비 도입시 난방비 80% 절감
정부, 지원 수혜자 확대 방안 검토
지난 2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화훼농장의 전기 온풍기 모습. 연합뉴스
전북 장수군에서 1만6000㎡(약 5000평) 규모로 토마토를 재배하는 송민우씨는 최근 기름 가격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2023년 공기열 히트펌프 설비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그는 12일 “냉난방비가 현재 1억5000만원 수준인데 기름을 썼다면 최소 3억원은 들었을 것”이라며 “설비 증설이 쉽고, 냉방 효율도 좋아 온난화에 대응하기에 유리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올해 2500평 또다른 농지에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지열이나 공기열로 냉난방을 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도입에 관심을 두는 농가가 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도입하면 난방비를 80% 가까이 절감할 수 있어 장점이 뚜렷하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커 정부의 지원 사업 대상이 아니면 ‘언감생심’인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에 자부담 비율 조정을 통해 지원 사업 수혜자를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일 중동전쟁 대응 TF에서 신재생에너지 농가 전환 사업 예산을 신속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고유가 부담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농가의 에너지 비용을 구조적으로 줄인다는 취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몇 년 새 지원 사업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데다가 고유가 환경이 겹치면서 최근 지자체를 통해 지원 사업이 언제 시작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열 히트펌프의 경우 경유난방 대비 난방비가 최대 78% 절감된다. 최근에는 지열보다 설치가 쉽고, 가격은 절반 수준인 공기열 히트펌프를 도입하는 곳도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고유가가 지속하면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가격 메리트가 높아지고, 보급도 그에 따라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이다. 지열 히트펌프의 경우 1㏊(헥타르·약 3000평) 시설 구축에 지열은 약 20억원, 공기열은 10억원이 필요하다. 개인이 자체적으로 도입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전북 정읍에서 지열 히트펌프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최병권씨는 “고유가 상황에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알아보겠다’는 사람은 주변에서 많이 늘었다”면서도 “매출이 어느 정도 보장된 대형 농가가 아니고서는 과감히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 지원사업 선정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지열은 최대 80%, 공기열은 70%까지 자금을 받는다. 융자 지원까지 더하면 실제 부담은 10% 수준으로 낮아진다. 1000~2000평 소규모 농가는 수천만 원 수준에서 도입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예산이 한정돼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올해 지원 사업 예산은 168억3700만원 수준으로 지난해(164억9500만원)와 별 차이가 없다. 지난해 지원 사업 경쟁률은 4 대 1 수준이었다. 이대로면 대다수 농가들은 신청해도 지원을 못받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 농가 수를 늘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자부담 비율을 조정해 수혜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거론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지원 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지원금을 늘려달라는) 현장 의견도 들어봐야겠지만 자부담 비율을 높이는 대신 수혜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