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가 전광판.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를 예고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유가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13일 오전 9시12분 기준 전장(10일) 종가보다 약 8.7% 치솟은 배럴당 103.44달러로 나타났다.
다른 지표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같은 시각 104.93달러로 전일보다 약 8.7%가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와의 첫 종전 협상이 결렬된 1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전쟁 자금원 역할을 하는 이란산 원유 수출을 차단해 최대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이 협상 지렛대로 써온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무력화하고 미국이 해협 통제권을 가져오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미국의 해상 봉쇄는 미 동부 시간 기준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가 에너지 공급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모나 야쿠비안 중동 프로그램 국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봉쇄는 상당히 야심 찬 시도지만 공급 중단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봉쇄 조처는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수출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까지 제한하게 된다”며 “이는 현재 시장이 겪는 공급 차질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대안 수송로로는 아라비아반도 반대편의 홍해가 주목받고 있지만,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며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고 나설 경우 에너지 공급난은 극심해질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홍해 얀부항으로 연결된 ‘동서 횡단 송유관’을 이용해 석유를 수송하고 있다.
야쿠비안 국장은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에 대해 “실제 그렇게 된다면 진짜로 ‘고통의 세계’가 펼쳐지게 될 것”이라며 “예전 사례를 볼 때 이란은 쉽게 굴복하지 않고 맞대응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반복해 목격했던 전술”이라고 진단했다.
미·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의 가스 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최대 18% 오른 메가와트시(MMh)당 51.30유로까지 치솟았다. 싱가포르 시간 13일 오전 6시25분 현재 49.45유로에 거래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13일 자로 일일 거래시간이 종전 10시간에서 21시간으로 변경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