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무분별한 교섭 확대’ 우려 선그어
“포스코 직고용, 노란봉투법의 기대효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을 앞두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중앙노동위 공동 워크숍’에서 개정 법안의 현장 안착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에 대해 “원청에 임금 인상이나 직접고용을 강제하는 법이 아니라, 하청노동자에게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지위를 열어주는 절차를 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포스코가 협력사 직원 70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 “노란봉투법의 기대효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란봉투법의 이론적 설계자로 꼽히는 박 위원장은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법은 가장 약한 노동자인 하청노동자에게 원청과 대화할 기회를 보장하는 법”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중노위원장을 지내며 CJ대한통운 사건에서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더라도 원청이 하청 근로자와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결정을 처음 내린 인물이다.
그는 법 시행 한달을 지내며 노란봉투법이 “비교적 순탄하게 운영되고 있다”면서도 대부분 기업이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데 대해 “간접고용을 하면서 노동조건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교섭이 무분별하게 확대될 것이란 경영계 우려에 선을 그었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일부 의제에서 인정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임금 인상이나 직접고용 교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산업안전처럼 원청의 실질적 지배·결정권이 비교적 쉽게 인정되는 사안으로 교섭이 개시될 수는 있지만, 다른 의제까지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만약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의제로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박 위원장은 “판례를 보면 하나의 의제를 가지고 교섭하다가 다른 의제까지 묶어 쟁의행위에 나설 경우, 무엇이 ‘주된 쟁점’인지에 따라 정당성이 판단된다”며 “개인적인 생각은 노동조합과는 좀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 포스코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서 교섭단위 분리 판단이 엇갈린 데 대해 박 위원장은 ”포스코의 경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사이 입장 차이와 갈등이 누적돼 따로 교섭하는 편이 낫지만, 쿠팡은 하청노조 간 심야노동 등을 둘러싼 이견이 있지만 분리할 정도로 대립의 역사가 길지 않아 ‘같이 해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포스코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수용해 3개 노조의 개별 교섭을 허용했다. 반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CLS에 대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기각했다. 박 위원장은 “사안에 따라 같이 교섭할 수도 있고 따로 할 수도 있다”며 “노동위는 지침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기관이 아니라 개별 사건의 사정을 따져 판단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포스코의 협력사 직원 7000명 직고용 방침에 대해서도 “노란봉투법의 기대효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안전, 근로조건, 임금, 직접고용 등을 요구할 텐데 그중 하나가 직고용이라면 이 법의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서도 “포스코 결정에는 불법파견 관련 재판에서 잇따라 패소한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강화하고,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청노동자는 근로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뿐 아니라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되는 원청 사업자와도 직접 교섭할 수 있다. 다만 원청과의 교섭은 노동위원회 등이 사용자성을 인정한 의제에 한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