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9월11일 서울 서초구 채상병 특검 사무실 앞에서 이명현 특검과 면담을 시도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의 핵심 책임자로 의심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채 상병 유족은 직접 법정에 나와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는 임 전 사단장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13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군형법상 명령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사단장의 마지막 재판을 열었다. 특검팀은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특검 측은 “작전 효과를 높이려 할수록 대원들이 감수할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고, 지휘관은 위험을 먼저 예견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도록 조치할 책임이 있다”며 “그러나 임 전 사단장은 안전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수색을 강조하며 포병대대를 반복적으로 질책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 전 사단장은 수중수색 상황을 언론보도를 통해 인식하고도 이를 방치했고, 사고 이후에는 수사 정보를 수집하며 증거 인멸과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며 “가장 큰 권한을 행사하고도 그 책임은 하급자에게 돌리고 있어 죄질이 무겁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고 당시 임 전 사단장 지시에 따라 수색 작전을 지휘한 해병대 1사단의 박상현 전 7여단장·최진규 전 포11대대장은 각각 금고 2년6개월, 이용민 전 포7대대장·장모 7포병대대 본부중대장은 금고 1년을 구형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집중호우가 발생한 2023년 7월19일 경북 지역의 내성천 인근에서 벌어진 실종자 수색작전의 최상위 지휘관이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병사들에게 허리 깊이까지 들어가 바닥을 살펴보라고 하는 등 무리한 수중수색을 지시한 게 사고의 원인이었다고 보고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임 전 사단장에게는 사고 당시 해병 제2신속기동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육군으로 넘어갔는데도 계속 작전을 통제·지휘한 혐의(군형법상 명령 위반죄)도 적용됐다.
임 전 사단장 측은 “누구에게도 ‘허리까지 들어가 수색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수중수색 등 구체적인 수색 지침을 세워 현장에 전파한 건 하급자들이고, 임 전 사단장은 당시 병사들이 수중수색을 했는지도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어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2년 넘게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살아온 억울함을 살펴달라”고 했다.
임 전 사단장은 최후진술에서 “군 생활 38년의 명예를 걸고 지휘관으로서 도덕적 책임은 통감하지만 형사처벌을 받을 만큼의 죄는 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울먹였다.
이날 법정에 나온 채 상병의 어머니는 “어떻게 흙탕물 속을 수색하게 했는지 임 전 사단장이 정말 원망스럽다”며 “합당한 처벌을 내려주시길 재판장님께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 전 사단장은 미안하단 말도 없이 계속 혐의를 벗을 궁리만 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다”며 “저희 아들은 이 세상에 없는데 임 전 사단장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건 저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채 상병과 함께 수색 작전에 동원됐다가 다친 장병도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받는 지휘관 중) 반드시 처벌돼야 하는 건 사단장”이라며 “국민에게도 확실하게 사과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한 1심 판결은 다음 달 8일 나온다.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지 2년10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