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며 달러 상승세와 코스피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지수가 나와 있다. 한수빈 기자
중동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며 국내외 금융시장도 재차 출렁였다. 국제 유가가 장중 9% 급등해 105달러를 웃돌면서 환율은 재차 1500원에 근접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금리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국내·외 국고채 금리도 다시 들썩였다. 예상과 달리 미국·이란 전쟁이 길어지고 유가 ‘고공행진’도 이어지면서 이달부터 국내 물가상승률도 빠르게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란 종전 협상이 난항을 보이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는 계획을 내놓자 13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장중 9% 넘게 올라 배럴당 105달러를 웃돌았다. 브렌트유도 한때 7% 넘게 급등해 102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국제유가가 다시 치솟자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6.8원 오른 달러당 1489.3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오전 한때 17원 넘게 급등해 1499.7원까지 뛰기도 했다.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50.25포인트(-0.86%) 떨어진 5808.62에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6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전장보다 0.022%포인트 오른 연 3.382%에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장중엔 3.4%를 웃돌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 협상 결렬은 글로벌 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줬다. 미국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이날 4.3%를 웃돌았고, 일본 10년물 국고채 금리도 장중 2.49%를 기록해 1997년 이후 2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탓이다.
중동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점점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소비심리도 위축되는 양상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소비 위축 조짐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3.3% 상승했다. 지난 2월 CPI가 전월보다 0.3%, 전년보다 2.4%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 미시간대 4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대비 10% 가량 감소한 47.6을 기록하면서 1946년 조사 시작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2% 상승해 2월과 비교해 0.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이달부턴 본격적으로 고유가에 따른 물가 영향이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공산품을 비롯한 여타 품목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반영된다.
씨티그룹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달 국내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2.8%, 전월 대비 0.7%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미국 물가상승률도 4% 중반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유가가 높은 수준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공산품 가격도 올라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한국은행은 금리를 높일 수 있다”며 “이 경우 결과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경기침체)에 진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만 유가를 싸게 유지할 수 없는 만큼 5월부턴 본격적으로 물가가 올라가기 시작할 것”이라며 “비용 상승 스태그플레이션에선 생산과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