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등 시민단체들이 13일 서울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SPC 손가락 절단 사고 규탄 및 재발방지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경기 시흥의 삼립 시화공장에서 지난 10일 노동자 2명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났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에도 기계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숨졌고, 두 달 전에도 큰불이 나 3명이 다쳤다. 최근 1년 사이 인명사고가 세 차례나 발생한 건데, 시스템 전반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는 햄버거빵 생산라인의 컨베이어 센서를 교체하다가 일어났다. 피해 노동자들은 컨베이어 벨트가 꼬여 빠지지 않자 이를 빼내는 작업을 하던 중 손가락이 끼여 일부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교체 작업 도중 갑자기 기계가 작동했다’는 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 중이다. 사고가 난 공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직접 찾아 안전을 당부한 곳이다. 1년 전 사망사고 이후 고용노동부의 대대적인 감독과 대통령의 현장 방문까지 있었는데도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은, 현장의 안전관리가 한참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SPC는 계열사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빈발해 ‘죽음의 빵공장’으로 불렸다. 사고가 날 때마다 SPC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안전관리를 위해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대책을 발표한 것이 2022년이었다. 이듬해 국회 청문회에서도 안전관리를 다짐했다. 그러나 유사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그 막대한 돈으로 대체 어떤 개선을 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엔 회사 이름을 ‘SPC삼립’에서 ‘삼립’으로 바꾸기까지 했는데, 이미지만 신경 쓰고 정작 바꾼 건 하나도 없는 것 아닌가. 2인 1조 원칙 준수·장시간 심야노동 제한 등 근본적인 작업 환경 개선 없이 ‘안전경영’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정의당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등이 13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SPC는 이번에야말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
정부 역시 산재 근절을 위해 각오를 다져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기업들이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크다. 산재를 줄이려면 SPC 같은 기업들이 안전경영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철저한 근로감독과 실질적인 법 집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경찰은 SPC의 안전관리가 어떻길래 계속 사고가 나는지 강도 높게 수사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노동자의 안전·생명을 갈아넣어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