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고 눈 오면 오히려 나와요. 위험한 거는 아는데 그놈의 돈 때문에 나오는 거예요.” “비 오고 눈 오면 기쁘죠. 위험한 거는 둘째예요.” 공공운수노조가 2026년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해 발간한 ‘플랫폼 특수고용 노동자 적정임금 보장방안 연구’ 보고서에 나오는 라이더들의 증언이다.
배달노동자의 건당 임금은 배민과 쿠팡이츠가 만든 앱이 실시간으로 결정한다. 날씨가 좋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날은 배달료를 최저로, 비나 눈이 오는 날은 배달료를 높게 주는 방식이다. 수십만건의 주문과 수십만명의 노동자를 관리하는 AI는 피와 눈물은 물론 배달료의 최저선도 없다. 배민, 쿠팡이츠의 건당 최저 배달료는 2000원대로 떨어졌다. 문제는 AI만이 아니다. 쿠팡, 배민은 하청사장을 모집해 중간착취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청노동자의 건당 임금은 1000원대까지 떨어졌다.
건당 2000원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오토바이를 타도 최저임금을 벌기 어렵다. 반대로 폭우·폭설·태풍이 오면 AI가 높은 단가를 제공하거나 일정 시간 안에 배달을 완료하면 보너스를 주겠다며 노동자를 유혹한다. 노동은 목숨을 건 도박이 된다. 노동자들은 눈과 비에도 넘어지지 않는 기계처럼, 추위와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로봇처럼 일한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전진하듯, 누군가 죽더라도 또 다른 플랫폼 노동자가 동료의 시신 옆을 지나간다. AI는 비로소 죽지도 지치지도 않는 육체를 얻었다.
그러나 인간은 로봇이 아니다. 4월7일 고용노동부는 ‘배달종사자 유해·위험요인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미션 달성, 등급 유지, 페널티 부과와 같은 배달앱의 성과 중심 관리 방식이 노동자에게 지속적인 심리적 긴장과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위험한 환경에서 제공되는 높은 단가와 미션을 거부하면 소득이 감소되는 구조가 노동자의 위험 감수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플랫폼회사는 이를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 말한다. 그러나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만 맡기면 시장실패가 일어난다.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시장 실패는 노동자의 삶을 무너트린다. 우리 헌법이 적정임금과 최저임금 보장을 명시한 이유다. AI가 설계한 시장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AI를 이윤과 속도를 기준으로 설계한 자는 결국 헌법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다.
“배달을 하고 올라갈 자리 옆에 편의점이 있어요. 그럼 편의점에서 라면 물을 부어놔요. 그리고 올라가고 내려오면은 그때 3분 안에 먹고 움직이는 식이에요.” 10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다 사망한 김군의 가방에서는 뜯지 않은 컵라면이 발견됐다.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라는 족쇄에 묶였던 김군의 컵라면은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손에서 끓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3분의 시간은 자유일까 구속일까?
이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과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4월28일 세계 산재사망노동자의날, 화물연대와 라이더유니온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적정임금과 최저임금 보장을 요구하며 세종시 노동부에서 청와대로 행진을 벌인다. 노동자가 컵라면을 끓일 시간이 아니라 정부가 결단을 밝힐 시간 3분이 절실히 필요하다.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