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시장은 녹색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녹색채권 잔액은 1000억달러에서 7조달러로 성장했고, 수요는 여전히 공급을 앞선다. 한국은 기로에 서 있다. 아시아 녹색금융의 선도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눈앞에 있지만,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국제 자본 유입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정부의 녹색전환(K-GX) 정책과 전환금융 계획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글로벌 저탄소 자본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다.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설계된다면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탈탄소 부문으로 장기 기관 자본을 유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이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금융의 관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기준의 모호함’이다. 일본의 GX 경제이행 계획은 가스와 암모니아를 포함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응해 기후채권이니셔티브(CBI) 인증을 받은 첫 GX 국채는 가스와 암모니아 발전을 배제했고, 초과 청약과 그리니엄(일반 채권 대비 낮은 금리) 확보에 성공했다. 반면 인증 없이 발행된 후속 채권들은 국제 투자자 유치에 실패했다. 교훈은 명확하다. 신뢰성과 독립적 검증 없이는 글로벌 자본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LNG 인프라 투자는 상당한 금융 리스크를 안고 있다. 30년 이상 운영되는 LNG 인프라에 지금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한국 경제를 화석연료에 묶어두며 좌초자산 리스크를 키운다. 정책·기술·시장 여건이 변해 에너지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질 경우 LNG 인프라의 자산 가치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도 경로에 부합하지 않는 인프라를 전환금융으로 내세우는 것은 한국 금융시장의 신뢰를 약화시킬 뿐이다. 전환금융은 탄소집약적 인프라의 수명 연장이 아니라 깨끗한 대안으로의 전환을 뒷받침해야 한다. K-GX는 석탄화력발전의 미래 역시 다뤄야 한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수익률뿐 아니라 1.5도 경로와의 정합성까지 따진다. 유럽의 REPowerEU처럼 정책 명확성과 화석연료 퇴출 전략을 갖춘 시장으로 자본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K-GX가 가스를 배제하고 재생에너지에 집중한다면, 한국 역시 글로벌 자본의 대규모 유입이라는 실익을 확보할 수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 이 문제는 더욱 절실하다. 화석연료 의존은 기후 문제뿐만 아니라 안보의 문제이자 거시경제 안정성, 산업경쟁력 전반에 걸친 구조적 리스크다. 공적 금융 역시 이를 반영해 자본의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
오는 20일 전남 여수에서 열리는 K-GX 주간, 한국의 결단은 명확해야 한다. 과거의 화석연료 체제를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기술과 인프라로 자본이 흐를 수 있는 길을 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호함이 아니라, 명확성, 신뢰성, 그리고 방향이다.
숀 키드니 기후채권이니셔티브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