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종전 협상이 결렬된 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이란과 2차 종전 회담 개최를 논의 중인 상황에서 양국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이란에 20년 동안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나 이란은 최대 5년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에 모든 핵 활동을 20년간 중단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이에 이란은 최대 5년간 중단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미·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 및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에 우라늄 농축의 영구적 포기 대신 20년 중단을 제안한 것은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연료를 생산할 권리를 영구적으로 포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게 하려는 조치다. 이란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셈법이다.
이란은 이에 대해 우라늄 농축 5년 중단을 역제안했다. 이는 미국의 20년 중단 요구보다 훨씬 짧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전쟁 발발 전인 지난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이란 핵 협상에서 이란 측은 이와 유사한 제안을 내놓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란 공습 명령을 내렸다.
양측의 큰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청신호’라고 NYT는 평가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과 핵 협상에 참여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란과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복원을 시도했던 롭 말리는 “이란이 단 몇 년이라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면 JCPOA에서 얻은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1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가판대에 ‘바다에서의 허세(Sea Bluff)’라는 제목을 1면에 실은 일간지가 진열돼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맺은 JCPOA를 2018년 일방적으로 탈퇴해 이란의 핵 개발을 부추겼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녔던 핵심적인 불만은 ‘일몰 조항’이었다. JCPOA에는 이란이 점진적으로 우라늄 농축을 확대할 수 있도록 허용해 2030년이 되면 제한을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미·이란 협상의 또 다른 걸림돌은 이란이 보유한 준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 처리 문제다. 이란은 핵무기급(90%)에 근접한 60% 농축 우라늄 440㎏을 비축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를 이란 밖으로 전량 반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핵무기 개발에 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회수하기 위해 지상군 투입까지 검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그 먼지(이란의 농축 우라늄)를 되찾을 것이다. 그것을 되돌려 받거나 가져올 것”이라며 고농축 우라늄을 회수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전량 반출을 거부하며 대신 이를 핵무기 제조에 쓸 수 없도록 대폭 희석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지난 2월 핵 협상에서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절반을 해외로 보내고, 나머지는 희석한 후 지역 핵 컨소시엄에 가입해 민수 용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 11일 파키스탄에서 열린 대미 협상 대표단에 참여한 마무드 나바비안 이란 의회 의원은 협상이 결렬된 이유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수익 공동 배분, 60% 우라늄 이란 밖 반출, 20년간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 박탈” 요구 때문이었다고 엑스에 밝혔다.
이란이 보유한 해외 자산 동결 해제도 쟁점이 되고 있다. 이란은 우라늄 희석 등 양보의 대가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부과된 제재로 카타르에 묶여 있는 60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석유 판매 자금 동결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