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게시한 자신을 예수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이미지. 트루스소셜 갈무리
“너는 선택된 자였어(You were the Chosen One)!”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에서 어둠의 세력에 물들어 ‘다스베이더’로 변신한 아나킨에게 스승인 오비완 케노비가 외친 대사다. <스타워즈> 시리즈 팬들에겐 가장 눈물 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유명한 대사를 빌린 적이 있다. 2019년 8월21일 미·중 무역전쟁의 당위성을 강변하며 “나는 선택된 자(chosen one)”라고 한 것이다. 이 말은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을 때 내뱉는 서글픈 밈으로 통한 지 오래이지만 지독한 나르시시즘에 빠진 그에게는 의미가 다르다. 그는 정말로 자신을 ‘선택받은 자’로 여기는 듯하다. 2024년 7월 총격 암살 위기를 넘긴 것조차 ‘자신을 지키려 신이 개입한 증거’라는 식이다.
‘선택된 자’를 자처하는 트럼프의 광기가 종교적 금도를 넘었다. 그는 지난 12일 밤(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흰옷에 붉은 천을 어깨에 두른 자신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게시했다. 트럼프는 누군가의 이마에 손을 얹은 채 치유의 기적을 행하고 있고, 그의 뒤 허공에 뿔 달린 악마의 형상이 배치됐다. 예수의 형상에 ‘얼굴갈이’를 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임을 누가 보더라도 금세 알 수 있는 유치한 그림이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을 비판한 교황에겐 “범죄 문제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에선 형편없다”면서 자신이 아니었다면 미국인 최초로 교황에 선출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어 신성모독 이미지 게시로 그의 지지기반인 보수 교계조차 “역겹고 용납할 수 없는 신성모독”이라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연못에 비친 제 모습에 홀려 수선화가 된 그리스 소년처럼 권력자의 나르시시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타락의 징후다. 자신을 비판하는 자를 적으로 몰고, 교황에게조차 사과를 거부한 트럼프의 오만은 이제 기괴하다는 느낌이 든다. <스타워즈>의 아나킨은 훗날 루크를 도와 우주의 평화를 가져온다. 반면 트럼프의 ‘선택된 자’ 서사는 지구촌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자가 세계 최강국의 자도자로 지구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세계인들에겐 이런 악몽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