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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중국이 정말 한글 뺏으려 할까

입력 2026.04.14 20:01

수정 2026.04.1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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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난성 안양시에 있는 중국문자박물관의 한글 전시에 오류가 있다는 기사가 지난달 10일 국내 주요 매체들에 나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이날 페이스북에 ‘누리꾼 제보’라며 올린 글을 소개한 기사였다. 서 교수는 “한글이 중국의 소수민족 문자 중 하나인 양 전시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중국이 한복과 김치에 이어 “한글까지도 중국의 문화라고 억지 주장을 펼칠 것이 뻔하다”고 적었다. 박물관 측이 한글 창제 연도를 ‘1443년 12월’이 아닌 ‘1444년 1월’이라고 쓴 것도 오류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중국문자박물관을 찾았다. 안양은 갑골문자가 대거 출토된 곳이다. 한글은 갑골문자에서 기원하지 않은 문자들을 보여주는 제4전시관에 전시돼 있다. 안내문은 “중국 조선족이 사용하는 조선반도(한반도) 민족과의 공통의 문자”라고 시작한다.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다르다”고 시작하는 훈민정음 해례본 한문 서문과 조선 시대 간행물인 <대명률직해>, 중국어 교재 <사성통해>, 불경 <지장경> 순한글 번역본이 차례로 있다. 안내문은 “중국 조선족은 1950년대 이후 조선(북한)을 따라 한자 사용을 취소하고 한글을 채택했다”는 설명으로 끝난다. 1444년 1월은 1443년 12월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다. 북한은 1월15일을 한글날로 기념한다.

한글은 전시된 수십 가지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밖에서 한문 번역에 사용됐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관람객들은 이 점을 흥미로워했지만, 누구도 착각하지 않았다. 한글이 남북한 문자라는 점은 상식인 데다 애초 이 박물관은 한자를 통해 중국인을 ‘중화민족’으로 통합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중국이 한국 전통문화를 훔쳐 간다는 이미지는 한국 일각에서 강력하다. 서 교수가 온라인상의 화제를 SNS에 소개하고 논평을 더하면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며 ‘문화 도둑’ 이미지 강화에 일조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조선족 대표의 한복 차림 논란이 단적이다. 중국의 한 연구자는 조선족이 한반도와 언어·문화를 공유하면서 중국에서 소수자라는 점이 잘 이해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국은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국가적 통합을 이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균형을 잃으면 민족 갈등이 극심해지거나 억압적 국가가 될 수 있다. 특정 문화 상징의 귀속만 강조하는 접근은 혐중의 불쏘시개만 될 뿐, 중국이 균형을 잃을 때 의미 있는 목소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민족 정책은 현재 소수민족의 다원적 정체성보다는 국가적 일체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 3월 ‘민족단결촉진법’이 제정됐다. 소수민족 학교에서 표준 중국어 사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방해하면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2010년대 후반부터 사용되는 조선족 교과서도 이주사와 독립운동사 대신 중국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더 강조한다. 한국은 중국에 “왜 조선족의 역사를 지우느냐”고 물으면서 동시에 “왜 한국의 문화를 빼앗아 가느냐”고 문제 삼는다.

다원성과 일체성의 균형이 깨진 중국은 한반도에도 문제적이다. 다민족 국가로서의 현실을 이해하되 긴밀한 역사로 얽힌 이웃으로서 할 말은 해야 한다. 틀린 사실과 엉성한 논리로는 적확하고 당당하게 지적할 수 없다. 서 교수의 미디어 활용 방식과 보도가 유감스럽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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