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밖 1억6000만배럴
7월까지 중국에 공급 가능량 비축
경제적 타격 전략, 효과 없을 수도
이란이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밖에 비축해둔 원유 재고량이 상당해서 미국의 역봉쇄에도 최대 몇달을 버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란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해 수주 내로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의 전략이 유가 상승만 유발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페르시아만 밖 해상에 약 1억6000만배럴 규모의 이란산 원유가 선적된 채 대기 중인 상태라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들어 이란은 평소보다 더 많은 원유를 수출해왔다. 데이터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215만배럴, 지난 3월엔 184만배럴에 달했다. 두 달치 월평균은 2025년 월평균보다 약 26% 많은 수준이다.
해상에 떠 있는 이란산 원유 물량은 지난해부터 증가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이스라엘에 공격당하기 전부터 수출을 확대하기 시작했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이란산 원유의 90%를 사들이는 중국의 소규모 독립 정유업체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연간 수입량을 할당받고 있어서 늘어난 수출 물량을 즉각 소화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페르시아만 밖에 선적된 채 대기 중인 원유 재고량이 1억6000만배럴까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중국이 사들이는 이란산 원유가 하루 평균 약 180만배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 오는 7월 중순까지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는 이란의 석유 수출을 막아 경제적 타격을 입히고,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이란에 호르무즈를 열라고 압박하게 만들겠다는 미국의 전략이 당장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WSJ는 “이란은 자신들이 (원유 공급망 마비로 고통받는) 세계 경제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며 “해상에 쌓아둔 원유 재고 규모를 고려할 때 그들의 자신감을 단순한 허세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알자지라도 “이란은 1979년부터 수십년 동안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비교적 익숙하다”면서 “이란은 심각한 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매우 회복력이 강한 나라”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미군의 해상 봉쇄로 발생하는 경제적 고통의 타격이 이란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산 석유 수출 차단은 국제 유가 오름세로 이어지고 미국 내 기름값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도 변수다. 미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엘다르 마메도프 연구원은 “봉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언급하지 않는 위험한 시나리오가 있다”면서 “중국이 자국 함정을 동원해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호위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호르무즈 역봉쇄로 미·중 정상회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역봉쇄 조치가 미·이란 간에 전략성 모호성을 유지해온 중국을 딜레마에 빠트리고 있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