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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해 9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한 언어장애인 이모씨는 시험을 치르기 전부터 '탈락'을 예상했다.

면접시간 조정은커녕 면접위원에게 미리 이씨의 장애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이씨는 면접에서 자신의 학업 능력을 보여주기에 앞서 장애부터 설명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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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로스쿨 탈락 예상했지만 응시…언어장애인 ‘인권 투쟁’

입력 2026.04.14 20:40

수정 2026.04.1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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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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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면접 때 시간조정 등 편의 제공 문의했지만 거부…결국 불합격

“혹시 세상이 바뀔까 하는 희망 때문”…학교 상대로 무효 확인 소송

지난해 9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지원한 언어장애인 이모씨(24)는 시험을 치르기 전부터 ‘탈락’을 예상했다. 1차 서류전형은 통과한다고 해도 2차 지성면접(구술시험)은 ‘무조건’ 떨어지겠다고 확신했다.

이씨는 북적하거나 긴장감이 맴도는 자리에선 말더듬증이 심해진다. 학교 측에 미리 자신의 장애를 설명했지만 면접시간 조정 등 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씨는 다른 학교를 지원할까 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서울대 로스쿨에 원서를 넣었다.

지난 1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혹시 합격할까’란 기대보다는 ‘혹시 세상이 바뀔까’ 하는 희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로스쿨 지원을 통해 자신처럼 장애를 갖고 로스쿨에 지망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이씨는 탈락했다. 그는 이제 서울대를 상대로 불합격결정 무효 확인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한다.

이씨는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했지만 전부터 관심 있던 인권과 공익 활동을 하는 법조인이 되기로 어느 순간 결심했다. 원체 글 읽기를 좋아했던 터라 갑작스러운 진로 변경에도 평균 이상의 법학적성시험(리트) 점수를 받았다.

서울대 로스쿨 모집 요강엔 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 관련 설명이 없었다. 이씨는 언어장애 중 말더듬증(유창성 장애)을 갖고 있어 비장애인보다 발화 속도가 느리다. 면접이나 발표 때 등 긴장하는 자리에선 말더듬증이 더욱 심해진다.

‘면접에서 편의 제공이 가능한가요?’ 이씨는 지원 전 서울대 측에 물었다. 장애인 증명서와 의사 소견서도 제출했다. 서울대는 “공식적으로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 등급에 해당하기에 입학전형에서 별도의 편의 제공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면접시간 조정은커녕 면접위원에게 미리 이씨의 장애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이씨는 면접에서 자신의 학업 능력을 보여주기에 앞서 장애부터 설명해야 했다.

이씨는 불합격 통지를 받자마자 서울대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대의 반응은 지원 전과 같았다. ‘장애 종류가 언어 장애이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점 등을 검토한 결과 별도의 면접시험 연장을 제공하지 않아도 다른 수험생과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 내에 답변하는 등 면접을 볼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란 판단은 장애인복지법상의 기준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장애의 정도나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장차법은 시험 등의 상황에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규정한다.

실제로 이씨가 현재 재학 중인 A로스쿨은 입학 시험에서 이씨에게 면접시간을 비장애인 지원자의 두 배로 배정했고 면접 순서도 가장 마지막에 배치했다. 또 면접위원들에게 미리 이씨의 장애 사항을 공유했다.

이씨는 “학창 시절 발표 수업의 평가 기준에 늘 유창함이 포함돼 저에겐 제 장애 자체가 평가 기준이 됐다”며 “이 정도는 익숙해 타협도 해왔지만, 로스쿨에서 장차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차별 행위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명시적인 요청에 대한 편의 제공을 완전히 거부하는 사례는 2020년대 들어서 저는 잘 보지 못했다”며 “이번 사안을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재단법인 동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은 15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서울대는 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조차 회피했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한 다음 이씨의 소송을 함께 제기할 예정이다.

서울대 측은 “서울대 로스쿨 입학전형 시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시험 편의 제공은 로스쿨 입학전형위원회에서 ‘중증’ 장애에 해당하는 경우 편의 제공을 검토하며 해당 내용을 지원자에게 안내하는 절차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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