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그룹 등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공급 차질”
유엔, 고립 선원 안전 문제 제기
시진핑은 평화 ‘4대 제안’ 발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역봉쇄해 이란산 원유 수출 차단을 시도하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그룹(WBG),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 세계에 에너지 대란과 경제적 충격파가 일어날 수 있다고 일제히 경고했다. 유엔은 미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을 향해 호르무즈를 열라고 요청했다.
IMF와 WBG, IEA는 13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전쟁의 영향은 상당하며 전 지구적이고 매우 비대칭적”이라며 “특히 저소득 국가를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들이 불균형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호르무즈를 통한 해상교통이 재개된 이후에도 주요 원자재의 글로벌 공급망이 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특히 기반 시설이 입은 피해로 인해 연료와 비료 가격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IEA는 미·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내 원유 생산 및 정유 시설 등 80곳이 타격을 입었으며 이 중 3분의 1 이상은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 워싱턴에서 호르무즈 물동량과 관련해 “3월까지는 제한적으로나마 화물이 운송됐으나 4월 들어서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이번 전쟁으로 “역사상 최악의 세계 에너지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 어떤 나라도 이 파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모든 당사국은 국제법에 따라 항행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분쟁지에 고립된 선원 약 2만명의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 미·이란 간 종전 협상 논의에 대해서는 “대화 재개를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며 휴전 유지를 당부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도 “호르무즈와 같은 국제 해협을 봉쇄하거나 통행료를 부과하는 행위는 명백히 국제 해양법과 관습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미·이란을 모두 겨냥했다. 그는 미국의 역봉쇄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해운 정상화를 위한 유일한 길은 분쟁 완화뿐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베이징에서 칼레드 빈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자와 회담하고 중동 평화를 위한 ‘4대 제안’을 내놨다. 시 주석은 이 제안에서 “국가 간 평화공존 원칙을 견지하고, 중동·걸프국가의 주권 및 안보·영토보전 권리를 존중하며, 세계가 정글의 법칙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국제법을 수호하고, 중동·걸프국가의 발전을 위해 양호한 환경을 조성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미·이란 전쟁이 시작된 후 시 주석 명의의 평화 제안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막후에서 이란을 설득해 미·이란 2주 휴전이 성사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