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사실들): 미국의 역공, 호르무즈 ‘역봉쇄’
선(맥락들): 이란 ‘돈줄’을 죄겠다는 미국
면(관점들): 미국의 반격, 성공할 수 있을까?
나사(NASA)의 테라 위성에 탑재된 모디스(MODIS) 장비로 촬영한 호르무즈 해협 이미지. AFP연합뉴스
기름값이 리터(ℓ)당 20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어제(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1.3원 오른 ℓ당 1996.2원을 기록했습니다. 서울 휘발유 가격은 이미 지난주 ℓ당 2000원을 돌파했고요.
기름값, 당분간 계속 오를 것 같습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쥐고 전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더니, 이제는 미국이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을 막아서기 시작한 건데요. 대체 무슨 속셈일까요? 오늘 점선면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전략을 자세히 살펴볼게요.
점(사실들): 미국의 역공, 호르무즈 ‘역봉쇄’
그동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가로막고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자신들과 가까운 나라의 선박에 한해서만 통행을 허용해왔습니다. 심지어 배 한 척당 200만달러(약 3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통행료까지 요구했는데요.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길목이 사실상 사유화되면서 전 세계 유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쥐고 세계 경제를 전쟁의 인질로 삼은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호르무즈 역봉쇄’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란의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바닷길을 틀어막겠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에게 “봉쇄 조치는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 발효된다”고 선언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선(맥락들): 이란 ‘돈줄’을 죄겠다는 미국
미국의 가장 큰 목적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막겠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이란의 돈줄을 끊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란 정부 수입의 절반은 석유와 가스 수출에서 나옵니다.
특히 전쟁 기간에 이란의 원유 수출은 오히려 늘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는 전쟁을 버티기 위한 자금 확보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란은 전쟁 기간 하루 185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는데, 이는 전쟁 전보다 평균 10만배럴 증가한 규모입니다. 이란은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이란의 돈줄을 죄는 전략을 지렛대로 삼아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돈줄이 막히면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입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미국이 다시 뺏어오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고요.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인근 페르시아만의 화물선들. 로이터연합뉴스
면(관점들): 미국의 반격,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미국의 역봉쇄 작전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최장 몇 달은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란이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밖에 비축해 둔 원유 재고량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그 규모는 약 1억6000만배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이 사들이는 이란산 원유가 하루 평균 약 180만배럴이라는 점을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오는 7월 중순까지 이란은 중국에 원유를 팔 수 있는 셈입니다.
역봉쇄가 오히려 미국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란산 원유 공급이 줄어들면 전 세계 공급량이 하루 200만배럴 정도 더 줄고, 이는 곧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 싱크탱크 ‘국방 우선순위(Defense Priorities)’의 제니퍼 카바나흐 연구원은 “해협을 역봉쇄하면 유가가 이전보다 더 오를 것이고 (해협을 열라는) 국제사회의 더 큰 압력이 미국에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의 ‘맷집’도 관건입니다. 오랫동안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아왔던 만큼, 이 정도의 제재는 큰 타격이 없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이란은 1979년부터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제재를 받아와서 이런 상황에 비교적 익숙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란은 자신들이 (원유 공급망 마비로 고통받는) 세계 경제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과연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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