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거점국립대 3곳 집중 지원 계획
참여 기업은 미확정···현대차 등 개별 접촉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인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서울대 4개 만들기’로 재편됐다. 거점국립대 3곳을 선정해 올해만 학교당 1000억원 규모로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선정 대학들은 기업·대학 일체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학생과 연구자를 지역에 정주시킬 정도로 유수의 기업이 참여할지가 관건이다.
교육부는 15일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고 3개 거점국립대를 선정해 집중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선정 대학에는 지난해 대비 교당 약 1000억원 내외가 추가로 지원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번 방안은 대한민국의 국토, 산업, 인재를 새로 디자인하는 국토공간 대전환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라며 “일극에서 다극체제로 나아가는 데 있어 3개 대학이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주요 교육 공약을 발표한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확정안이다. 당초 공약은 거점국립대 9곳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선택과 집중을 위해 3개 대학에 향후 5년간 선별 투자를 한다는 계획으로 변경됐다.
지원 방법은 3개 대학마다 ‘브랜드 단과대학’과 ‘인공지능(AI) 거점대학’을 하나의 패키지처럼 만들어 육성하는 것이다. 브랜드 단과대는 기업이 교육과정 개발을 주도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하도록 해 기업과 대학이 일체화된 교육연구 모델을 만드는 구상이다. 교육부는 해외의 ‘다이슨 공과대학’ ‘롤스로이스 학위도제제도’처럼 유명 기업이 학생들의 대학 입학과 동시에 채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예시로 들었다.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각종 지원이 늘어난다. 교육부는 대학별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포괄 지원하는 특별 장학 프로그램과 우수 학생을 교수가 밀착 지도하는 연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우수 인재 1500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우수 인재가 지역에 쭉 머물 수 있도록 대학별로 특성화 교원 트랙을 신설해 우수 교원·인재에게 파격적인 처우와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선정 대학들은 지역의 AI 교육·연구 거점으로도 육성된다. 대학들은 총장 직속의 AI 교육·연구 전담 기구를 만들게 되며, 분야별 AI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 이 과정은 인근 다른 대학의 학생들과 지역의 초중고 학생과도 공유하게 된다.
교육부는 상반기 중 3개 대학 선정계획을 안내하고 7월까지 대학별로 실행 계획이 담긴 신청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선정 대학 발표는 산업통상부가 성장엔진을 확정한 이후인 올 3분기에 이뤄진다. 올해 예산 집행이 촉박하지 않겠냐는 질의에 교육부는 “학생 교육을 위한 부분은 당장도 쓸 수 있기 때문에 충실하게 집행하겠다”고 답했다.
브랜드 단과대에 참여할 기업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산업부와 기업 30여곳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고, 최근 전북 새만금 부지에 9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도 개별적으로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해숙 교육부 고등평생정책실장은 “총장들과 회의를 해보면 거점국립대가 유수 기업과 나름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해 소통을 시작했다”며 “일례로 최근 모 지역 대학은 LG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거나 해외 유수 대학의 국제적인 연구소와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당초 지난해 연말 발표를 예정했으나 인재양성 방안이 국무총리 주재의 범부처 국토공간 대전환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발표가 지연됐다. 당시 소수 거점국립대를 선별 지원한다는 계획에 국공립대와 사립대 측의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소수 대학의 일부 단과대에 집중 지원이 이뤄지면 대학 간 양극화 가 커질 수 있다는 불만을 표출했다. 당초보다 예산과 지원 대상이 줄어든 것이 공약의 후퇴 아니냐는 질의에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후퇴나 축소되는 일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선정되지 않은 6개 거점국립대에 대한 추가 지원이 이뤄질지는 올해 3개 대학의 성과를 살펴보고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산업일변도로만 가지 않도록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역의 인재 양성을 고려하면 산업체 연계를 안 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면서도 “특성화 사업을 지원하면서도 각 지역거점국립대의 기초 학문이 소외되지 않게끔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