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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가상자산이나 해외에 자산을 숨겨둔 고액 자산가들이 기초연금을 받는 꼼수를 막기 위해 정부가 수급 기준 개편에 나선다.

실제로 지난 13일 공개된 감사원의 '노인복지제도 운영 및 관리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국세청 신고액 기준 해외 금융재산을 5억원 이상 보유한 노인 624명 중 9명이 소득 하위 70%가 대상인 기초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재산 요건에 해외 소재 금융재산이나 가상자산이 빠져 있어 고액 자산가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멍이 뚫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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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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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재산·코인 숨긴 부자는 받고, 서민은 탈락···정부, 기초연금 뜯어고친다

입력 2026.04.15 11:21

  • 김찬호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가상자산이나 해외에 자산을 숨겨둔 고액 자산가들이 기초연금을 받는 꼼수를 막기 위해 정부가 수급 기준 개편에 나선다. 또 현실과 동떨어진 채 10년째 묶여있던 기본재산 공제액을 손보고, 느슨했던 국내 거주 요건도 강화해 형평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15일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 소득인정액 산정 시 해외 금융재산과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국외 소득·재산에 대한 신고 의무를 부여하고 과세 정보 연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기초연금법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돼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아울러 주택·토지 등 기본재산 공제제도는 주거비 상승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손질하고, ‘만 19세 이후 국내에 5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정부가 이처럼 대대적인 수급 기준 개편에 나선 것은 제도 맹점을 이용한 ‘재정 누수’와 ‘역차별 문제’가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 13일 공개된 감사원의 ‘노인복지제도 운영 및 관리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국세청 신고액 기준 해외 금융재산을 5억원 이상 보유한 노인 624명 중 9명이 소득 하위 70%가 대상인 기초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재산 요건에 해외 소재 금융재산이나 가상자산이 빠져 있어 고액 자산가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멍이 뚫린 셈이다.

반대로 수급권 당락을 가르는 ‘기본재산 공제제도’가 10년째 개선되지 않으면서, 연금이 필요한 노인이 제도에서 밀려나는 역차별 문제는 커졌다. 기초연금법은 주거 유지에 필수적인 재산이 수급권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대도시 1억 3500만원, 중소도시 8500만원, 농어촌 7250만원을 일반 재산에서 각각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기준이 단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아, 최근 가파른 전셋값 상승 등 현실적인 주거비 부담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중소도시’로 분류되는 과천시 등 경기 18개 시 중위 전세가격은 대도시인 6대 광역시의 구보다 높지만, 정작 기본재산 공제액은 5000만원이나 낮게 적용받고 있다. 낡은 지역 분류 탓에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감사원이 이들 18개 시에 대도시 기준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억울하게 탈락했던 1053명(약 6%)이 수급 자격을 다시 갖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국내 거주 요건 등 수급 자격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기만 하면 한국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와 무관하게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수십 년간 세금을 내며 사회에 기여한 국민과, 해외에 장기 체류하다 수급 연령을 앞두고 귀국한 복수국적자가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는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기초연금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국가와의 실질적 연관성을 수급 기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호주와 캐나다는 최소 10년, 노르웨이는 5년, 스웨덴은 3년 등 일정 수준의 거주 요건을 두고 있다. 복지부는 해외 사례와 국내 제도 여건을 함께 검토해 적용 가능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제도 강화가 곧바로 복지 사각지대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재산과 가상자산을 반영해 부정 수급 가능성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거주 요건 강화나 공제 기준 조정 과정에서 실제 생활이 어려운 고령층이 배제되지 않도록 정교한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문현경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초기에는 5년 이내의 짧은 거주 기간을 설정하고, 장기적으로는 거주 기간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차등화하는 등 점진적인 논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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