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유방암 항암제 주사 대신 먹는 약으로도 동등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
유방암 환자가 병원을 찾아 항암제 주사를 맞는 대신 먹는 약으로도 동등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임상 3상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HER2) 음성인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과 종양 감소 효과 면에서 두 제형의 치료제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성배·정혜현 교수 연구팀은 해당 유형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파클리탁셀 치료제의 제형별 효과를 비교한 다국적 임상시험 3상 결과를 국제학술지 ‘종양학 연보(Annals of Oncology)’에 발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8~2023년 한국, 중국, 유럽 등의 51개 기관 환자 549명을 경구용 투여군과 주사제 투여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약제의 효과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암이 더 악화되지 않은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앙값은 경구용 투여군(10개월)이 주사제 투여군(8.5개월)보다 길었다. 전체 생존기간 역시 경구용 투여군(32.6개월)이 주사제 투여군(31.8개월)보다 소폭 더 길었다. 두 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비슷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종양 감소를 나타내는 객관적 반응률 또한 경구용 투여군(43.3%)과 주사제 투여군(38.8%)이 대등한 수준의 항암 효과를 보였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주사제 투여군에서 자주 발생했던 말초신경병증과 과민반응이 경구용 투여군에서 현저히 더 낮게 나타났다. 이는 경구용 약제에는 주사제의 용매 성분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구제 투여군은 먹는 약의 특성상 소화기계 독성이 더 빈번하게 발견됐으나 대부분 경증이었다. 치료 관련 사망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유방암은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수용체의 유무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 HER2 음성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 중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데, 그중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져 치료가 까다로운 편이다. 이들 환자는 파클리탁셀 주사제를 한 달에 세 번 병원을 찾아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했기 때문에 환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경구용 치료제가 기존 주사제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입증됨에 따라 향후 환자들의 편의와 안전은 물론 사회적인 의료비용 절감 효과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경구용 항암제가 주사제와 동등한 치료 효과를 내면서도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경구용 파클리탁셀은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고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만큼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효과적이고 편리한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