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위기가구 사망 사건 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과 장애인이 포함된 위기가구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대상자 동의 없이도 생계급여를 직권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의 위기가구 생계급여 직권신청 절차 개선안을 이달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울산과 전북 군산 등에서 생활고로 인한 일가족 사망 사건이 잇따르면서, 공무원의 직권 신청 권한을 확대해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현재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공무원이 생계급여를 직권 신청할 수 있지만, 수급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히 신청 이후 조사 단계에서 금융재산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수급권자의 금융정보 제공 서면동의가 필요했다. 이 때문에 의사 표현이 어려운 아동이나 중증 장애인의 경우, 친권자가 연락을 받지 않거나 신청을 거부하면 지원 대상이더라도 급여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불가피한 경우 담당 공무원이 수급권자를 대신해 생계급여를 신청하고, 간이 소득·재산 조사를 거쳐 일정 기간 급여를 우선 지원할 수 있다. 대상은 기존 긴급복지 지원 이력이 있는 위기가구 가운데, 미성년자(19세 미만) 또는 심신장애로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하거나 없는 가구원이 있는 경우다. 여기에 친권자로부터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공무원이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다.
담당자는 금융재산 조사를 제외한 소득과 일반재산 정보만으로 우선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3개월 내 금융정보를 재조사해 최종 수급 여부를 결정한다. 재조사 결과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이미 지급된 급여는 환수하지 않는다. 제한된 정보로 판단한 공무원의 책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수급권자가 금융정보 제공 동의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경우에는 3개월 내 급여 지급이 중지된다.
복지부는 지난달 울주군 일가족 사망 사건과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우선 개선 가능한 부분부터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정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이 사건은) 가정 내 아동이 4명이 있었지만 가장의 신청 거부로 생계급여 지급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제도가 개선되면) 아동에 대해서는 공무원이 직권으로 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친권자 급여로 지급된 생계급여가 아동을 위해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박 과장은 “친권자가 지속적으로 연락이 두절되거나 금융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아동보호체계와 연계해 후견인을 선임하는 등 다른 제도와 연계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세부 지침을 마련해 이달 중 지자체에 배포하고, 연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을 개정해 대상자 동의 없이도 생계급여를 직권 신청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