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대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 도착하는 열차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준헌 기자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국가유공자의 무임승차 비용을 국가가 보전해야 한다며 제기한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출퇴근 시간대 65세 이상 고령층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일부 막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는데,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재판장 권태관)는 15일 서울교통공사가 국가보훈부를 상대로 제기한 37억원대 보조금 지급 등 청구 소송의 첫 변론을 진행했다.
국가유공자 지원법에 따르면 애국지사 등 유공자는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다. 이를 위해 수송시설을 무료로 또는 할인해서 제공하는 자에게 국가가 예산 범위 내에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도 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무임승차 대상인 국가유공자는 2021년 211만명에서 2024년 249만명으로 약 18% 늘었다. 공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도 같은 기간 29억원에서 37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공사는 보훈부에 수차례 보조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자, 지난해 7월 손해배상 소송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그러면서 ‘예산 범위 내’에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련 법령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했다.
공사는 최근 보훈부를 비롯해 기획예산처,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에 공문을 보내 무임 수송 손실에 대해 국비 5761억원을 보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공사가 공문을 통해 무임 수송과 관련한 정부의 보전 금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법정에서 공사 측은 “국가의 일을 대신 수행하게 하면서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는다.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령은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지만 국가가 예산 편성 의사가 없어 해당 법령 규정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소송 취지는 이해하지만, 민사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사안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어 ”행정을 문제 삼을 수는 있지만, 입법 부작위를 문제 삼는 것이 손해배상 소송으로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측이 쟁점을 다시 정리한 뒤 오는 6월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