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2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린 세월호 기억문화제 ‘노래와 이야기가 있는 기억의 자리’에서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백민정 기자
“빈 들에 마른 풀 같다 해도 / 꽃으로 다시 태어날 거예요.”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극장에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곳에서 열린 세월호 기억문화제 ‘노래와 이야기가 있는 기억의 자리’. 무대에 오른 성미산마을 어린이합창단 11명은 어색한 미소와 긴장한 표정으로 노래를 이어갔다.
객석을 채운 관객 70여명은 저마다 노란 종이 나비가 달린 긴 막대를 들었다. 노래에 맞춰 손이 움직일 때마다 나비가 날갯짓을 했다. 아이들이 김민기의 노래 ‘그날’과 영화 <김복동>의 주제곡 ‘꽃’을 연달아 부르자 객석에는 손수건과 휴지로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났다.
참사로 세상을 떠난 ‘단원고 2학년6반’ 김동영군의 어머니 이선자씨와 ‘2학년5반’ 이창현군의 어머니 최순화씨가 속한 ‘4·16 합창단’도 무대에 올랐다. 테너를 맡은 창현군의 아버지는 한 손에 노란 나비를 쥔 채 섰다. 이남실 작사가의 ‘너’가 공연장을 채웠다.
“태어나던 날 처음 잡던 손 / 세 살 적 기차 창에 매달려 세상을 바라보던 너 / 일곱 살 벚꽃을 보며 팝콘이 터진다고 말하던 너 / 열 살 적 같이 본 노을 / 엄마 늙지 말라 하던 너 / 날마다 고마웠어 / 매 순간 사랑했어.” 노래를 부르는 창현군 아버지의 눈물 맺힌 눈이 노란 조명에 빛났다.
이어진 대담에서는 이선자씨가 아들 동영이의 이야기를 꺼냈다. “동영이는 모범생이었어요. 학교에 지각 안 하려고 뛰다가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날 정도로요. 그런 애가 기타를 사달라고 해서 사줬죠. 비싼 걸 요구한 건 그게 처음이었어요.”
이씨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 “혼자서 연습하던 애가 불렀던 노래가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였어요. 참사 이후에 생각했죠. 왜 하필 그런 노래를 불렀을까.”
이씨는 “유가족으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들다”며 “새로운 이웃을 만나는 것도, 가까워지는 것도 겁이 난다. 언젠가 내가 세월호로 아이를 잃은 엄마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 같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숨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냥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12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린 세월호 기억문화제 ‘노래와 이야기가 있는 기억의 자리’에서 성미산마을 어린이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백민정 기자
마지막으로 성미산학교 6~11학년 학생 40여 명이 무대에 올랐다. 노래 ‘군청’에 이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리듬을 맞췄다.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구절이 울려 퍼질 때는 무대와 객석이 한목소리가 됐다.
관객으로 참여한 성산동 주민 함박눈(활동명)은 “매년 이 시기가 오면 ‘내 아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에 겹쳐 보인다”며 “잊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매번 그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했던 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버텨주시고 싸워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함께 응원하고 싶고, 유가족들도 스스로를 잘 돌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