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누룩>을 연출한 장동윤. BH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때는 운명이 그를 이끌었다면, 이번엔 그가 운명을 택했다. 배우 장동윤은 한양대 재학 중이던 2015년 편의점 강도를 잡아 뉴스에 나온 것을 계기로 이듬해 데뷔했다. 10년이 흘러, 그는 또 다른 출발점에 섰다. 첫 장편 연출작 <누룩> 개봉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감독 장동윤’과 만났다.
장동윤은 “서툴더라도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배우로서도 여전히 서툴지만 배우를 한 것에 후회는 없어요. 10년 넘게 배우를 할 거라 생각하고 시작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시작했거든요. 연출도 비슷해요. 장편영화를 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에요.”
15일 개봉한 영화 <누룩>은 양조장 집 딸이자 막걸리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다슬(김승윤)이 어느 날 막걸리의 맛이 변한 걸 느끼고 사라진 누룩을 찾아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누룩은 막걸리의 주재료다.
장동윤은 “저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개봉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기보다, 한 걸음 한 걸음 밟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장편영화로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는 단편영화 <내 귀가 되어줘>(2023)를 연출한 바 있다. 이 작품은 당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영화제에서 선보였으나 극장 개봉은 하지 못했다.
장편영화 연출은 확실히 달랐다. 그는 “단편영화도 제가 전체 작업에 참여했지만, 규모가 워낙 작다보니 모든 과정을 제대로 밟기엔 어려웠다”며 “이번에 A부터 Z까지 모든 과정을 거치다 보니 작품 하나를 세상에 내보이는 게 쉽지 않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술을 끊은 지 오래됐다는 장동윤은 작품을 위해 막걸리도 직접 만들어봤다. “제가 실제로 두 번 정도 집에서 막걸리를 만들어봤어요. 막걸리 얘기가 영화의 중점이 되는데, 원리는 알아야될 거 같아서요.” 제조한 막걸리는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나눠줬다. ‘굉장히 맛있다’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장동윤이 말했다.
누룩은 저마다 가슴에 품고 기대어 살아가는 믿음 같은 것이라고 한다. 장동윤은 “사람은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것이 좌절되기도, (그것으로부터) 다시 힘을 얻기도 한다. 주변 사람이 (이를) 응원해주기도, 비난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누룩을 상징적 도구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내 귀가 되어줘>에선 직접 연기를 했으나, 이번엔 연출자로서만 머물렀다. 다음 작품을 찍는다면 다시 출연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본업은 배우라고 했다. 감독의 시선에서 ‘배우 장동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을 듯하다. “(출연 배우가) 되묻지 않고 제 마음을 읽은 것처럼 바로 바로 캐치해서 표현하면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배우가 돼야겠다 생각했어요.”
장동윤은 경제금융학부 출신이다. 학교가 아닌 현장에서 영화를 배웠다. “전문적인 영화 학교에서 공부할 필요가 있을지 경험이 많은 감독님들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근데 다들 ‘영화를 찍기 위해 학교를 가는 건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것만 한 수업이 없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배우와 감독, 두 직업을 오가며 그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어떤 직업이든 노력하고 수행을 하면 경력이 쌓이고 인정도 받잖아요. 근데 배우나 감독은 항상 ‘오버 더 레인보우’거든요. ‘언젠가 나에게 저 무지개가 오겠지’ 하면서 막연히 투자해야돼요. 매번 로또를 긁는 심정으로 하는 거거든요. 당첨이 안 되면 끝나는 거예요. 내가 노력해도 아무 것도 쌓이는 게 없는 거예요.”
그는 이 같은 현실에 비관하기보다 그저 나아가기로 했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생각해요. 모든 게 선택이죠. 결국 선택은 본인이 하는 거예요.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하는 사람들이 제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아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인지 생각해보고, 서툴더라도 그걸 해보면 뭔가 남아요. 제 인생이 그렇게 흘러왔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안 좋은 점도 많이 있었겠지만, 내 선택에 책임지고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15일 개봉한 영화 <누룩> 포스터. ㈜로드쇼플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