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낮 12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황중현씨(24)가 걸음을 멈췄다. 노란색 작은 박스에 “나에게 세월호란?”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황씨는 박스 앞에 앉아 노란 종이로 배를 접었다. 질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던 그는 이내 깨알 같은 글씨로 답을 썼다.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은 이날 대학가 곳곳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관련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위해 참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16일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추모를 위한 노란 종이배를 접고 있다. 이준헌 기자
서울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는 이날 학생회관 앞에서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문화제 ‘봄은 오겠지만’을 열었다. 행사에서는 노란 종이배를 접거나 노란 리본 등 기억 물품을 나눠줬다. 수업을 오가던 학생들은 전시물을 통해 참사를 되짚어 보거나 잠시 앉아 종이배를 접으며 추모에 함께 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인근 담벼락에는 대자보가 붙었다. 한 학생이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기억하고 연대하자”며 마련한 공간에 학생들이 노란 쪽지를 붙였다. 쪽지엔 “12년이나 지났다니, 새삼 봄이 실감 난다. 기억하겠습니다”, “벌써 12주기네요. 다시는 참사와 국가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국가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등 문구가 쓰였다. 옆에는 직접 만든 노란 리본을 나눠주는 학생도 있었다.
1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인근 담벼락 앞에서 한 학생이 세월호참사를 추모하는 쪽지를 쓰고 있다. 하주언 기자
어린 시절 경험한 참사를 떠올리는 학생도 있었다. 참사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가미타니 아유미(22)는 “당시 뉴스로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는데, 이후 중학생 때 방탄소년단의 노래 ‘봄날’을 들으며 다시 참사를 떠올리게 됐다”며 “지금 학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배우고 있는데 1년에 하루라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담벼락에 추모 메시지를 남기던 박민서씨(21)는 “초등학교 수련회 전날 참사가 일어나 일정이 취소됐었다”며 “오늘이 12주기인지 모르고 있다가 노란 리본을 보고 알게 됐다”고 했다.
참사를 정쟁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노란 리본 스티커를 붙인 임혜인씨(21)는 “참사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 때문에 오히려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많은 사람이 희생된 사건이고 구조적 문제 속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재학생 백윤서씨(20)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어린 학생들이 희생됐고 참사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는 미흡한 대응으로 유가족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 사건”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 세월호 참사 12주기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임주영 기자
학생들은 참사를 기억하는 일이 곧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에서 추모 쪽지를 남긴 강서원씨(20)는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은 없기 때문에 더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금 청년들을 ‘세월호 세대’라고 부르는 만큼 이 사건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곧 사회로 나아갈 대학생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 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황씨는 노란 종이배 위에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 없다면 결국 시민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적었다. “기억하겠다”고 쓴 종이배들은 상자 안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16일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추모를 위한 노란 종이배를 접고 있다. 이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