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산업별 맞춤형 대응 지적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달 31일 원·달러 환율이 1536.9원까지 치솟았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달 들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릴 것이란 기대감에 1470원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1400원대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위기와 달리 최근의 고환율은 고유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비용이 동시에 상승해 기업의 비용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환율 충격에 대한 산업별 영향이 다르므로 산업별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16일 발간한 ‘고환율기 수입 구조의 산업별 비대칭성과 정책 대응 방향’ 보고서는 환율 충격에 대한 탄력성을 기준으로 ‘수입 조정형 산업’과 ‘수입 유지형 산업’으로 나눴다.
수입 조정형 산업은 환율 변동에 맞춰 수입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산업이다. 대표적으로 가전, 자동차 부품, 자동차 등이 있다. 이들 산업은 수입 품목의 대체 가능성과 조달처 다변화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수입 유지형 산업은 환율 상승기에도 수입 규모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확대되는 산업을 말한다. 반도체, 원유 관련, 2차전지 등이 유지형 산업에 속한다. 특히 반도체 소재·장비는 쌍방 독점적 거래 구조로 대체 가능성이 극히 낮아 환율 충격이 조달 비용 상승으로 고스란히 전이된다.
환율 상승 때 산업별 영향. 산업연구원 제공
수입 유지형 산업은 환율 상승분이 그대로 조달 비용으로 누적돼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 저하가 설비 투자 축소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산업 경쟁력 약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형성될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반도체와 2차전지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과열되는 핵심 전략 산업이라는 점에서, 고환율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투자 연속성 훼손으로 이어지면 중장기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수입 유지형 산업은 환율 충격이 비용으로 전이되는 구조를 고려해 환율 변동 보험 현실화, 전략 산업 투자 연속성 보호 등의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수입 조정형 산업은 고환율에 따른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이 같이 존재한다. 위험 요인으로는 중간재 비용 부담이 늘 경우 생산 비용을 가중하고 생산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들 조정형 산업은 국내 생산품의 상대적 경쟁력을 높이기도 한다. 보고서는 “수입 조정형 산업은 수입 대체 효과를 국내 생산 확대와 연계하고, 핵심 중간재 원가 부담을 덜어 주는 방향의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고환율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대비해 산업별 수입 물가·물량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기반의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경우 환 헤지 상품 접근성을 제고하고, 실효성 있는 환율 변동 위험 관리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