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예술발전소 회의실에서 지난해 5월13일 전통무예를 체험한 고립 청년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다양한 이유로 사회에서 떨어져 홀로 지내는 ‘고립·은둔 청년’을 돕기 위해 지자체들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의 고립을 사회적 과제로 받들였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들을 온전히 사회에 복귀시키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시는 올해 처음으로 고립·은둔 청년의 취업을 지원하는 실무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고립 청년들이 지역 기업에서 일을 배우며 점차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대상은 대구 거주 19~39세 고립·은둔 청년 약 50명으로, 시는 이들이 중소기업·사회적 기업·비영리 단체 등 30여 곳에서 실무(체험형·인턴십)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별도의 참여 수당도 제공한다.
시는 지난해부터 고립 청년이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전통 무예 체험, 전시회 방문, 명소 산책 등 야외 체험 프로그램을 2년째 운영 중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전국 단위로 실시한 첫 실태 조사에서 국내 고립·은둔 청년은 약 54만명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취업(24.1%)과 대인 관계(23.5%), 가족 관계(12.4%)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이듬해 전담 기관을 지정했다. 매년 이들에 대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1090억원을 투입해 서울 거주 91만3000명의 고립 청년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조기 진단 검사 등을 통해 고립 및 은둔 징후가 있는 아동과 청소년을 일찍 발굴하고, 가정에서 치유가 가능하도록 부모 교육 및 가족 상담도 확대하기로 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 회복을 통해 고립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게 돕자는 의도다. 사회 활동 체험을 통해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부산시는 외부에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 고립 청년의 특성을 고려해 이들을 발굴하기 위한 방법을 새롭게 마련했다. 집집마다 다니는 우체국 집배원이 고립·은둔 청년을 직접 찾아 나서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시는 올해 처음으로 이 모델을 시행할 예정이다.
대구시 청년센터 ‘공감그래’에서 지난 3월26일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다만 한계도 뚜렷하다. 고립·은둔 청년은 어떤 방법으로도 강제로 끌어낼 수 없다. 지자체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도 최소한의 의지가 없는 이상 이들에게 프로그램 참여을 강제할 수가 없다. 청년들이 용기를 내 참여하더라도 프로그램 종료 후 지속적인 추적 관리 역시 쉽지 않다.
재은둔(다시 고립)을 막기 위한 사후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서울의 한 청년센터 관계자는 “어느 정도 사회에 발을 디딜 정도까지 나아졌다고 생각한 은둔 청년이 바로 다음 날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결국 관심을 갖고 계속 손을 내미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2024년과 2025년 각각 255명, 251명의 고립·은둔 청년을 발굴했다. 하지만 발굴한 청년들의 재은둔을 막기 위한 사후관리는 미흡하다. 사업 종료 1년 후 대상자에게 한 차례씩 문자 메시지를 보내 설문조사에 응답하도록 하는 게 전부다. 2024년 사업 대상자(255명) 가운데 설문에 답한 청년은 69명(약 27%)에 불과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고립·은둔 청년 사업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사례 관리와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고립 청년이 ‘고립 장년’이 된다”면서 “관련 정책을 도맡을 전문 기관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민간 등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