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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를 교도소답게

입력 2026.04.16 19:49

전국 교정시설이 과밀수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 58개 교정시설 수용 정원은 5만614명. 그러나 갇힌 사람은 모두 6만5279명으로 수용률이 129%에 달한다. 올 1월 기준 통계다. 그런데 수용 정원도 국제규격에는 한참 모자란 수준이라 실제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벌써 낮 기온이 25도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여름이 본격화하면 그야말로 끔찍하다. 수용자들은 찜통 속에 서로 몸을 부대끼며 생활할 수밖에 없다. 수용자 사이에 신경질과 다툼이 잦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사람이 많으면 교정·교화 기능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교도소는 단순히 사람을 가두면 그만인 곳이 아니다. 당장이야 죗값을 치른다 해도, 언젠가는 사회로 돌아올 사람들이니 사회복귀를 준비해야 한다. 범죄에 오염되지 않도록 이끌고, 무슨 자격증을 따거나 기술이라도 익힐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게 수용자 자신은 물론 사회 전체에도 유익하다. 교도소의 목적인 교정·교화다. 단순한 구금을 뜻하는 ‘감옥’을 ‘교도소’로 바꾼 지도 벌써 오래전이다.

문재인 정부 때 대략 4만8000명쯤이던 수용자 수가 부쩍 늘어난 것은 윤석열 정권 때문이다. 단박에 6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잘하는 게 압수수색과 구속밖에 없던 검사독재정권의 실상은 이렇게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확실히 보수정권이 기대는 것은 경찰, 검찰, 교도소 같은 기관이다. 상대를 구석으로 몰아세우고 없는 죄도 만들어대던 무도한 정권이 교도소 수용 인원을 대폭 늘렸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 출범 300일이 넘도록 교도소 과밀수용 문제, 즉 윤석열 정권이 저질러놓은 국정 실패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도소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가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불구속 수사’ 원칙에도 피의자를 구속하는 일은 너무 많고, 범죄라고 하기에 민망한 가벼운 범죄, 단순한 기초질서 위반행위들까지 감옥에 보내는 일도 너무 잦다. 경미 범죄는 과감하게 비범죄화하고 과태료 등 행정벌로 바꿔야 한다. 일제강점기의 잔재 ‘경범죄처벌법’부터 폐지하는 게 순리다.

민사가 형사로 둔갑하는 일도 막아야 한다.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거나 할부금을 제때 내지 않았다고 범죄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채권자나 할부 판매 업체가 빌려준 돈이나 할부금을 빨리 받아내는 수단으로 국가형벌권을 악용하고 있다.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국가형벌권이 업자들의 이해 대변 수단이 되고 있다. 단순 채무불이행은 사기가 될 수 없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민사 문제는 형사가 아닌 민사로 풀어야 한다. 벌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가두는 것도 악질적인 경우로만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감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좁혀야 한다. 그저 돈이 없다고 교도소에 보낼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경우,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할 악질 범죄자만 선별적으로 가둬야 한다.

반면, 출구는 넓혀야 한다. 가석방을 확대해 어차피 풀려날 사람, 가벼운 범죄 때문에 들어온 사람들부터 빨리 풀어줘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인 만큼, 가석방도 복역 기간이 아니라 다양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집행유예 기간에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다고 잡혀온 사람들, 민사 사건이 형사로 둔갑해 갇힌 사람들, 장애인, 나이가 너무 많거나 적은 사람 등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과밀수용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교도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용 인원을 4만명대로 줄여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수두룩할 거다. 제대로 교정·교화를 진행하기에 부족한 게 너무 많다. 교정당국이 제대로 일하는지를 꼽아보기에 가장 좋은 판단기준은 재입소율이다. 한번 교도소에 왔던 사람이 다시 교도소에 들어오는 일을 막는 게 교정당국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그래야 사회도, 범죄자도 모두 보호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한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은 교도소 관리기관을 개편하는 일이다. 지금의 법무부 교정본부 체계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법무부는 여전히 검사들의 조직이다. 교정에 문외한인 검사들의 지휘를 받으면 고질적인 과밀수용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1만6000여 교도관의 노력만으로 국가교정활동을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법무부 교정본부를 교정청으로 독립시켜 정책과 예산, 인력 운용도 자율적으로 하면서 교정다운 교정을 만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마침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교정청 설립에 적극적이란다. 반가운 일이다. 교정본부 쪽의 준비도 잘되어 있으니 당장 시작하면 된다. 우리도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교도소를 가질 때가 되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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