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국방부 작전 수립 중” 보도
쿠바 정부 ‘강온’ 양면 대응책 강구
트럼프에 서한 전달하려다 실패도
A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국방부에 쿠바에 대한 군사 작전 수립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끝낸 후 쿠바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지자, 쿠바는 “미국이 침략하면 격퇴하겠다”며 항전 의사를 밝혔다. 동시에 물밑에선 쿠바 강경주의자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우회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접촉·설득하려 한 정황도 나타났다.
USA투데이는 16일(현지시간)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쿠바에 대한 군사 계획을 조용히 확대하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 두 명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국방부 역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결정이 내려지면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에 대한 군사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는 보도는 앞서 독립 미디어 매체인 제테오를 통해 처음 제기된 후 워싱턴 정가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제테오는 지난 14일 소식통 세 명의 말을 인용해 국방부를 비롯한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쿠바 군사 작전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 태세를 강화하라는 백악관의 지침을 비공식적으로 전달받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의 전쟁이 끝나면 쿠바에 잠시 들를 수도 있다”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최근 국무부가 “쿠바 정권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최대 5000명의 전투원을 파병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는 비공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것 역시 쿠바 군사 작전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비공개 보고서는 “쿠바가 전투원을 공식 파견했다는 공개 기록은 없지만, (쿠바인의 전투 참여를) 의도적으로 묵인했거나 용이하게 한 정황들이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지난 1월부터 쿠바를 봉쇄해 석유 수입을 막고 있다. 이에 쿠바 전역은 극심한 전력난과 경제난, 의료난에 직면한 상태다.
16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쿠바 혁명 6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쿠바 민병대원들. AF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해상 봉쇄에 이어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자, 쿠바 정부 역시 강온 양면의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16일 열린 쿠바혁명 사회주의 선포 65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지만, 그것을 피하기 위해 준비하는 건 우리의 의무”라면서 “피할 수 없다면 이를 격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쿠바는 ‘실패한 국가’가 아니라 ‘포위된 국가’”라면서 “우리는 위협받고 있지만 굴복하지 않겠다. 저항하고 창조하며 틀림없이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쿠바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접촉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다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전·현직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쿠바 실권자인 라울 카스트로의 손자이자 핵심 측근인 라울 로드리게스 카스트로가 지난주 민간 사업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달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로드리게스 카스트로의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로 알려진 이 사업가는 외교문서처럼 쿠바 공식 인장이 찍힌 서한을 들고 마이애미 공항을 통해 입국을 시도했지만,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의해 저지됐다. 미 당국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서한을 압수한 후 그를 아바나로 돌려보냈다.
WSJ는 쿠바 측이 루비오 장관을 거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접촉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쿠바 이민자의 아들인 루비오 장관은 오랫동안 쿠바 공산주의 정권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쿠바 전문가인 피터 콘블루는 “쿠바는 더 이상 루비오 장관을 공정한 중재자로 신뢰하지 않는다”며 “위기 고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