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해 9월3일 국회에서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용혜인 의원실 제공
초고령 사회의 돌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생활동반자법’ 입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1인 고령자 가구의 자발적 상호돌봄 제도화를 위한 입법·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1인 고령자 가구의 돌봄 공백 해소가 시급한 만큼 의료법 등 공감대가 높은 분야의 개별 입법부터 생활동반자법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간 ‘동성혼 허용법’이란 보수 진영 반발로 정치권의 생활동반자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만큼 단계적 입법 전략으로 ‘입법 지체’를 조속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중 37.8%(213만 명)가 1인 가구다. 이들 가구는 사회적 고립과 정신건강 문제에 노출되기 쉽고 뇌출혈 등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게 쉽지 않다. 은퇴 이후 소득 공백으로 빈곤에 빠질 가능성도 크다. 더구나 우리 사회의 전통적 가족관이 해체되면서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이들의 돌봄을 책임지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생활동반자 돌봄휴가 허용(남녀고용평등법), 의료법상 보호자 개념 확대, 생활동반자 관계에 있는 한 명이 사망할 경우 남은 사람에게 임차권 승계 우선권 부여 등의 입법부터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제도 도입 초기부터 혼인에 준하는 법적 효과를 포괄적으로 부여할 경우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입법조사처는 “동성혼을 둘러싼 이념적 논쟁에 매몰되기보다는 단계적·실용적 설계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생활동반자법’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생황동반자법은 혼인·혈연 관계로 이뤄진 가족이 아니더라도 함께 생활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민 10명 중 7명은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라도 함께 살면서 생계를 공유한다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우리 사회의 가족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했다. 그럼에도 동성혼을 합법화해 가족 질서를 위협한다는 보수 기독교계 반발로 입법은 번번이 무산됐다. 2023년 처음 발의된 법안은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고, 22대 국회 들어서도 지난해 9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논의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언제까지 ‘법 밖의 가족’들이 돌봄·주거·의료·복지·상속 등 삶의 전 과정에서 밀려나 있어야 하는 것인지 묻게 된다.
입법 지체로 비혈연 가족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입법조사처의 단계적 입법 전략도 검토할 만하다. 이를 통해 생활동반자법의 첫발을 떼는 것도 의미가 있다. 동시에 돌봄 외에도 개선해야 할 차별적 처우가 한둘이 아닌 만큼 정치권은 근본법인 생활동반자법 논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시대 상황과 국민들의 가족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진 만큼 더는 주저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