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건당 500원에 더해 문서 1장당 50원 추가 수수료
내달 1일부터 면제···‘증거제출 전’ 사건으로 제한
과거사 사건 해당 안 돼···“정의에 부합하지 않아”
재일동포 간첩조작피해자 고 최창일·한삼택씨의 유족과 최정규 변호사(사진 맨 오른쪽)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으로, 이 둘은 재심 재판을 거쳐 2024년과 2022년 각각 무죄를 확정받았다. 유족 측 제공
‘재판기록 열람 수수료’가 과거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재심 청구 등을 준비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무부가 다음 달부터 사건 관계인이 ‘재판 중 사건기록’을 열람하거나 등사(복사)할 때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규칙을 개정했지만 이미 재판이 끝난 ‘확정기록’은 여전히 돈을 내야 볼 수 있다.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드는 수수료 때문에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권리를 찾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1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의 과거사 사건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지난 1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법무부에 ‘사건기록 열람·등사 방법 및 수수료 등에 관한 규칙’ 개정령 범위를 “확대해달라”고 의견을 냈다.
앞서 법무부 검찰과는 다음 달 1일부터 재판 중 사건기록을 열람·등사할 때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지난달 26일 알렸다. 그동안엔 사건기록 1건당 기본 수수료 500원에 더해 문서 1장당 50원(특수매체 기록 출력물은 1장당 250~300원)을 열람·등사 시 추가 수수료로 내야 했다. 이는 헌법상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는 물론이고 피고인 방어권,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 보장 등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법무부는 ‘수수료 일체 면제’ 특례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
최 변호사는 이 개정에 공감하면서도 그 범위를 ‘공소제기 후 증거제출 전’ 사건으로 제한한 것은 한계라고 지적한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재심 청구 준비를 위해 관련 사건기록을 봐야 하는데, ‘확정기록’을 열람·등사하려면 여전히 수수료를 내야 한다. 과거사 사건 기록은 피의자 신문조서나 검찰 수사보고서 등이 담긴 ‘수사기록’과 공판조서와 증거목록 및 증인신문 등 ‘공판기록’으로 그 분량이 수천쪽에 달해 수수료만 10만원이 넘기도 한다.
최 변호사는“국가폭력 피해자 다수는 장기간 피해로 경제적·신체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다”며 “방대한 기록의 열람·등사 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은, 형식적으로는 제도를 허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접근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심 준비 과정은 단순한 개인의 권리행사를 넘어 ‘국가 스스로 잘못을 시정하는 절차’ 성격을 갖는다”며 “국가의 잘못으로 억울한 유죄판결을 받은 피해자에게 다시 비용을 부담시키는 건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유엔 ‘진실·정의·배상 및 재발방지 증진’ 특별보고관은 2022년 6월 한국을 방문해 정부가 과거 독재정권 기간 자행한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평가한 뒤 낸 보고서에서 “기록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진실규명에 중대한 장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폭력 피해자와 직계 가족이 재심 및 불법 행위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률 지원을 할 것” “피해자가 관련 비용 없이 인권침해 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필요한 행정적·입법적 조치를 할 것”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