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서 1㎞ 고창 유일 유인도 죽도마을 ‘마을주치의’ 진료
2023년 도입 후 정기 방문···‘의료 사막’ 주민들에 단비
주민 “일 년에 두 번뿐이지만 찾아와주니 숨통이 트인다”
17일 전북 고창 죽도마을 경로당에서 고창군 보건소 의료진이 ‘마을주치의사제’를 통해 여객선조차 닿지 않는 섬 주민의 혈압을 측정하며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고창군 제공
전북 고창군 부안면 봉암리 앞바다. 전체 면적 4만 9372㎡의 작은 섬 죽도는 지도 위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육지인 봉암마을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 남짓. 그러나 그 짧은 거리를 건너는 일은 이곳 주민들에게 늘 바다의 허락과 하루의 결심을 요구하는 일이다.
죽도로 향하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인근 부안 곰소항에서 개인 어선을 수소문해 뱃길을 잡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만돌 어촌체험마을에서 갯벌 경운기에 몸을 싣고 3㎞의 광활한 갯벌을 가로지르는 방법이다. 정기 여객선이 없어 물때와 배편이 맞지 않으면 철저히 고립될 수밖에 없는 척박한 환경 탓에 이곳은 사실상의 ‘의료 사막’이다.
광활한 갯벌로 둘러싸인 죽도 주민들은 동죽과 모시조개, 백합을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평생 갯벌에 몸을 굽혀 조개를 캐온 23가구 37명의 주민에게 통증은 습관이었고 병원은 ‘바다가 길을 내줘야 갈 수 있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이 고립의 시간 위로 지난 17일,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건너왔다. 19일 고창군 보건소에 따르면 한방 공중보건의와 행정 인력 등 6명으로 꾸려진 ‘마을주치의’ 팀이 죽도를 찾아 진료를 펼쳤다. 2023년 첫발을 뗀 이 제도는 의료 인프라가 전혀 없는 죽도 주민들을 위해 일 년에 두 차례 의료진이 직접 섬을 찾는 공공의료의 생명선이다.
주민 태반이 70~80대 고령층인 섬에서 만성질환은 숙명과도 같다. 병원 한 번 가려면 배편부터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서 1년에 단 두 번 허락된 이들의 방문은 단순 진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마을 경로당에 차린 임시 진료소는 금세 ‘마을 병원’으로 변모했다. 건강 상담을 받던 안승복씨(72)는 “아파도 참고 사는 게 일상이자 습관이었다”며 “일 년에 고작 두 번뿐인 만남이지만 이렇게 찾아와 혈압을 재주고 말벗이 돼주니 비로소 숨통이 트인다”고 전했다.
진료팀은 기초 검진과 1대1 한방 상담은 물론 치매 조기검진과 만성질환 예방 교육을 병행했다. 거동이 불편해 경로당조차 나오지 못하는 홀몸노인을 위해서는 직접 자택을 찾는 ‘방문 진료’도 이어졌다. 파스와 기력회복제 등이 담긴 상비약 꾸러미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가장 현실적인 복지였다.
유병수 고창군 보건소장은 “불과 10여 분 거리의 섬이지만 정기 항로가 없는 죽도 주민들에게 공공의료는 곧 생명선과 같다”며 “의료 취약지일수록 보건 행정은 더 촘촘하고 세밀해야 하는 만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건강권 보장을 위해 현장 중심 행정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