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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은폐한 진실들

입력 2026.04.19 20:16

수정 2026.04.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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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AI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이 아닐까 싶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일본에서도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경쟁이 한창이라는데, AI 산업에 대한 이 열망 혹은 맹목은 국가 단위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며 여기서 도태되면 미래로 가는 문이 닫힐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경우, 비수도권 지역은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른바 ‘지방 소멸’이라는 ‘에비’가 사람들의 마음과 무의식을 짓누르고 있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AI 데이터센터가 해당 지역민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그리고 AI 데이터센터가 어떻게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 사실 이런 종류의 질문들은 성가신 것으로 치부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지만, AI 시대에는 질문이 경쟁력이라며?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는 논리의 배경에는 에너지, 전기가 있다. 예를 들면 강원 삼척의 경우는 동해안 지역의 화력발전 시설을 ‘빽’으로 활용하고 있고, 오픈AI와 SK의 합작 데이터센터의 최종 유치를 노리고 있는 전남 장성과 해남의 경우는 전남 지방의 재생에너지를 강조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는 전기만 손쉽게 공급받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서버가 많은 전기를 먹었으니 열을 토해내야 하고, 그것을 그냥 놔두면 큰일이 나니까 엄청난 냉각수가 필요해진다. 그런데 이것이 또 주위의 환경을 오염시킨다. 데이터센터를 거부하는 움직임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여러 경제 효과 중 하나인 일자리는 얼마나 생길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솔직한 답변을 내놔야 마땅하다.

막대한 환경 파괴, 불확실한 일자리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5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지금의 두 배로 늘어 1000테라와트시(TWh)에 육박한다. 이 전력량은 현재 기준으로 일본의 전체 소비량을 넘어선다. 향후 우리가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거나, AI와 음성으로 대화하거나, 또는 우리가 바라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AI에 심층 학습을 시키게 되면 단순한 질문을 하는 경우보다 최대 48배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는 보고도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AI 모델의 학습 능력이 뛰어날수록, 이용이 많을수록, 복잡한 결과를 요구할수록 전기는 그만큼 더 소비되고 데이터센터 또한 계속적으로 증설해야 한다. 물론 기술적으로 절전 효과를 향상할 수 있지만 전기 소비 증가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기술지상주의자들이 허세를 떠는 지점이다. 전기의 성격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AI 데이터센터가 핵발전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이제는 속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 여러 핵발전 기업들과 장기 계약을 맺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이 당연히 포함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생에너지는 자연적 조건 때문에 그 안정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에너지 공급원이 다양할수록 상대적으로 안정성은 높아질 터이니, 재생에너지, 화력발전 에너지, 핵발전 에너지를 두루 마련해둘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탈핵 대신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한 것은 이런 상황 인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최태원 SK 회장이 메모리반도체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까지의 생태계(이 말의 오용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지만!)를 운운한 것은 AI 산업이 단순히 소프트웨어 산업을 넘어 반도체부터 이용자 서비스, 에너지까지 포괄하는 영역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최근에 드러났듯이 전쟁과 금융업이 여기서 예외일 리는 없다. 간단히 말하면, 세계는 과학기술을 더욱더 고밀도로 집적시키고 있으며 이 집적된 기술체제는 엘리트 지배를 강화함과 동시에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것이다. 이란을 향해 문명 파괴 운운한 트럼프의 협박은 이미 AI에 의해 수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민주주의·삶의 미래 갉아먹는 AI

자본주의 상품 사회의 가장 고약한 점 중 하나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물건의 기원과 과정, 그리고 서사를 지워버린다는 점이다. 마치, 돈 내고 사 쓰는 주제에 그게 왜 궁금해? 하고 힐난하는 게 상품의 권리인 것만 같다. 하지만 이런 경험의 일반화는 결국 우리의 사유 능력과 호기심, 상상력과 성찰, 놀람과 경외의 감정을 상품에 맞게 검게 변질시켜 버렸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AI를 ‘잘 사용하는’ 소비자의 자세가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의 기원과 과정 같은 서사의 회복이 된다. “이러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문화를 근원적으로 되살리지 않고는 우리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할 수 있다.”(김종철) 미래가 없는 현재는 뿌리를 버린 결과에 다름 아닌데 우리는 지금 AI를 통해 삶의 마지막 뿌리를 잘라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AI로 인해 미래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지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황규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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