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계란 한판 7000원 육박
밥상물가·외식물가 ‘도미노’ 상승세
이달말까지 태국산 224만개 순차 도입
일부선 1시간여만에 매진
정부가 달걀(계란) 수급 안정을 위해 수입한 태국산 신선란 판매 안내문이 19일 서울의 한 마트에 붙어 있다. 가격은 한 판(30구)에 5천890원으로 평균 소매가보다 약 15% 저렴한 수준이다. 한수빈 기자
19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강서점.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둔 신동현씨(48)는 계란 판매대에서 망설임 없이 태국산 신선란 30구짜리 두 판을 카트에 담았다. 가격은 5890원으로 바로 옆 국내산 계란(7990원)보다 약 2000원 쌌다. 신씨는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계란이 많이 필요한데 요즘 값이 너무 비싸다”며 “6000원도 안 되는 걸 보고 두 판을 집었다”고 말했다.
계란값 급등세가 이어지자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태국산 신선란이 이날 국내 대형마트에 처음 풀렸다. 이는 계란값이 오르면서 김밥, 냉면 등 분식류, 빵·과자류, 외식 가격까지 ‘도미노’처럼 오르는 ‘에그플레이션(Eggflation·계란발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와 함께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사료비 부담까지 커지고 있어 단기간에 가격 상승세를 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말까지 태국산 신선란 224만개를 아홉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태국산 계란을 직접 수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는 약 4만6000판을 확보했다. 서울 일부 매장에서는 이날 판매를 시작한 지 1시간여 만에 준비한 계란이 매진되기도 했다.
이날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태국산 계란을 구매한 채현주씨(54)는 “재래시장에서도 한 판에 7000~8000원은 한다”며 “서민들은 밥상 물가 중에서도 달걀값에 제일 민감한데, 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한다”고 말했다.
계란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를 보면, 특란 한 판(30구)의 소비자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평균 6871원으로, 1년 전(6702원)보다 2.5% 비싸다. 월별 가격으로 보면 특란 한 판은 올해 1월 7080원까지 치솟은 뒤 2월 6561원으로 내려왔지만 3월 6843원, 4월 6975원으로 다시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주요 가격 상승 원인은 지난 겨울 퍼졌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다. 지난해 11월 이후 산란계 1100만마리 이상이 살처분되면서 공급이 크게 줄었다. 이는 전체 사육 마릿수의 13%에 해당한다. 감염력이 기존보다 10배 이상 강한 변이 바이러스 확산도 피해를 키웠다.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상암월드컵점에 19일 태국산 신선란 매진 안내 표시가 붙어 있다. 이날 태국산 신선란은 판매를 개시한 지 1시간여 만에 완판됐다. 김윤나영 기자
정부가 태국산 계란까지 수입하는 배경에는 계란값 상승이 다른 식품 물가로 번지는 ‘에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계란은 빵·과자류와 외식, 급식의 핵심 원재료인 만큼 가격 상승이 장바구니 물가 전반으로 번지기 쉽다.
실제 외식 물가도 상승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서울에서 김밥 가격은 3800원으로 1년 전보다 5.6% 올랐다. 계란이 들어가는 냉면(1만2538원)과 비빔밥(1만1615원) 가격도 1만원을 넘어섰다. 각각 1년 전보다 3.5%, 2.0% 올랐다. 국가데이터처의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달걀값은 1년 전보다 7.8%, 외식비는 2.8%, 가공식품 가격은 1.6% 올랐다.
외국 계란을 긴급 수입했지만 향후 가격 안정 여부는 불확실하다. 농식품부는 지난 16일 ‘고병원성 AI 특별방역대책기간’ 종료를 선포했지만, 살처분된 산란계 사육 규모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전쟁으로 사료 가격이 상승해 계란 가격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 농식품부 자료를 보면, 양계·양돈용 등 축종별 사료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당 597원에서 지난 2월 615원으로 3% 올랐다.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원가 부담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옥수수·밀·대두 등 사료 곡물 재료 가격이 환율과 유가의 영향을 받는 구조여서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
오년호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14일 ‘가축전염병 발생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올해 3월) 산란계는 사육 마릿수의 약 13%가 살처분돼 단기간 내 생산량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축산업은 사료 곡물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국제 곡물가격과 환율 변동이 사료비에 반영될 경우 축산물 생산비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