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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대전 중구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한 2살 늑대 '늑구'가 돌아왔습니다.

오늘 점선면은 늑구가 던진 '동물원 논쟁'을 한번 짚어볼게요.

늑구가 동물원을 탈출했다가 도로 붙잡히기까지 걸린 9일 동안, 늑구는 '국민 늑대'로 불리며 일약 스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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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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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에서 귀환까지, 늑구의 9일···동물원 존재 이유를 묻다

입력 2026.04.20 07:00

수정 2026.04.2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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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설희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점(사실들): ‘국민 늑대’ 된 늑구

선(맥락들): 본질은 열악한 환경

면(관점들): ‘주(zoo)’ 대신 ‘언주(unzoo)’

대전 오월드 탈출 이후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늑대 ‘늑구’가 지난 13일 오후 10시43분쯤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목격됐다. 사진은 목격한 시민이 찍은 영상 갈무리. 독자 강준수 씨 제공 사진 크게보기

대전 오월드 탈출 이후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늑대 ‘늑구’가 지난 13일 오후 10시43분쯤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목격됐다. 사진은 목격한 시민이 찍은 영상 갈무리. 독자 강준수 씨 제공

대전 중구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한 2살 늑대 ‘늑구’가 돌아왔습니다. 늑구는 지난 8일 동물원을 나간 뒤 9일 만인 지난 17일 새벽 오월드에서 1.8㎞ 떨어진 한 수로에서 붙잡혔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늑구도 조금 수척해졌을 뿐 건강했습니다.

늑구는 무사히 복귀했지만, 이번 사고를 단순 해프닝으로 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늑구가 태어난 동물원을 떠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동안, ‘동물원을 이대로 유지해야 하는가’란 논의가 확산됐기 때문인데요. 오늘 점선면은 늑구가 던진 ‘동물원 논쟁’을 한번 짚어볼게요.

점(사실들): ‘국민 늑대’ 된 늑구

늑구가 동물원을 탈출했다가 도로 붙잡히기까지 걸린 9일 동안, 늑구는 ‘국민 늑대’로 불리며 일약 스타가 됐습니다. 온라인상에는 늑구가 ‘탈출 전문 늑대’로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것처럼 합성한 이미지가 확산됐고요. 재개장을 앞둔 오월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SNS에는 ‘늑구를 보러 갈 파티원을 구한다’는 게시물까지 등장했습니다. 늑구를 주제로 한 티셔츠나 동화책을 제작하라거나, 대전 명물 빵집인 성심당에서 ‘늑구빵’을 출시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까지 나왔죠.

지난 8일 대전 동물원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탈출 9일 만인 17일 생포되자 이른바 ‘늑구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8일 대전 동물원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탈출 9일 만인 17일 생포되자 이른바 ‘늑구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선(맥락들): 본질은 열악한 환경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에선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우려합니다. 사건의 본질은 동물의 본능을 억누르는 열악한 사육환경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동물원 탈출 사고는 2~3년마다 반복돼 왔는데요. 지난 2023년 3월,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 주택가를 누볐던 얼룩말 ‘세로’가 대표적입니다. 세로는 부모를 잃고 홀로 남겨진 고립감과 좁은 우리에서의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담장을 넘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같은 해 8월 경북 고령군의 한 관광농원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 2021년 12월 경기 용인의 한 농가에서 탈출한 반달가슴곰, 2018년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는 포획 과정에서 사살됐습니다. 동물들의 탈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좁은 공간에 갇힌 동물들이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정부가 지난해 5월 동물원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116개 동물원 중 동물 복지 실태 점수가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인 곳은 4곳에 그쳤습니다. 50점도 못 받은 곳이 50곳에 달했습니다. 서식 환경이 야생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공간인지, 사육사와 수의사가 충분한지, 동물의 영양 상태와 질병 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 등을 조사했는데 평균 결과는 ‘나쁨’이었습니다.

늑구가 살고 있는 대전 오월드는 어떨까요? 일단 서식 환경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지난해 대전충남녹색연합이 대전오월드의 사육 환경을 모니터링해본 결과, 일부 동물들의 정형행동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정형행동은 동물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빙글빙글 도는 등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을 뜻합니다.

아무르표범은 관람객들과 가장 멀리 있는 벽 쪽에서 1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원을 그리며 맴도는 행동을 보였고요. 수달은 몸을 물어뜯고, 곰은 반복적으로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딱딱한 시멘트 바닥 등 방사장이 동물의 생태적 특성과 맞지 않게 조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늑구가 생활하던 방사장의 면적은 약 3만3000㎡(약 1만평)입니다. 축구장 4~5개 크기로 겉보기에는 꽤 넓어 보이지만 20여마리의 늑대가 함께 살기에는 터무니없이 좁습니다. 늑대 한 무리가 살려면 최소 수십 ㎢ 이상의 영역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전시는 동물 복지와 무관한 대책을 내놓아 비판을 받았습니다. 3300억원 규모의 오월드 시설 개선 계획을 내놨는데, 놀이시설 중심의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늑대 사파리 옆에 글램핑장을 짓겠다는 겁니다. 동물들이 지속적인 빛과 소음에 노출되는 문제를 간과한 거죠.

대전오월드에 사육 중인 프레리도그가 시멘트 바닥에서 땅을 파는 행동을 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대전오월드에 사육 중인 프레리도그가 시멘트 바닥에서 땅을 파는 행동을 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면(관점들): ‘주(zoo)’ 대신 ‘언주(unzoo)’

동물복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청주동물원’ 같은 동물원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청주동물원은 콘크리트 바닥, 철조망 같은 인공적인 구조물을 걷어내고 동물들이 원래 살던 서식지를 최대한 구현했고요. 다른 동물원에 비해 밀도가 낮은 사육환경을 제공해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줄였습니다. 음악도 틀지 않습니다. 역시 동물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의 태즈매니아 동물원은 동물원을 뜻하는 ‘주(zoo)’ 대신 ‘언주(unzoo)’라는 개념을 씁니다. 울타리를 쳐서 동물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이 자연 상태 그대로의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성명에서 “열흘 만에 돌아온 늑구가 동물원 존재 이유에 질문을 던졌다”며 “(늑구에 대한) 관심이 동물원의 존재 이유까지 바꾸게 만들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늑구의 탈출이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화젯거리에 그치지 않고, 동물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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