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프루언스가 이란의 화물선을 요격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휴전 종료 시한을 이틀 앞두고 또다시 협상과 확전의 갈림길에 섰다. 미국이 대이란 해상 봉쇄 작전 개시 후 처음으로 이란 화물선을 나포하자 이란이 즉각 보복을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20일(현지시간) 파키스탄에서 열릴 예정인 2차 대면 협상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19일 이란 국적 화물선 투스카호가 6시간에 걸친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라비아해에서 미군의 봉쇄를 뚫으려 하자, 함포를 여러 발 쏴 추진 장치를 무력화한 후 나포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중국을 출항해 이란 남부 반다르 아바스로 향하던 길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에 “정지하라는 경고에 응하지 않은 이란 화물선 기관실에 우리 해군 이 구멍을 내 멈추게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전에 미군의 봉쇄를 뚫고 항해하려 한 이란 선박 25척을 회항시켰으나, 무력을 사용해 나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란 선박이 미군의 회항 지시에 끝내 응하지 않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이 해상 봉쇄 해제를 2차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음에도, 미국이 오히려 봉쇄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협상 재개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할런 울먼 애틀랜틱카운슬 선임 연구원은 이란 화물선 포격과 나포는 “사실상 전쟁 선포와 마찬가지”라면서 “이미 혼란스러운 협상 과정에 혼란을 더하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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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 대변인은 “미군의 발포는 휴전 합의 위반”이라며 “곧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반관영 매체인 타스님 통신은 드론으로 미 군함을 타격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란은 2차 회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매체인 IRNA는 “미국의 과도한 요구, 끊임없는 입장 변화, 반복되는 모순, 그리고 휴전 협정 위반으로 간주되는 지속적인 해상 봉쇄”를 규탄하면서 “현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협상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의 협상 제안은 연막작전일 뿐, 실제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타스님 통신은 “미·이스라엘이 함정이 이동하고, 무기를 나르는 등 전쟁 재개에 대비하는 모습이 관측됐다”면서 “이란을 또 공격하면 바브엘만데브, 아람코, 푸자이라 등이 모두 분쟁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걸프 산유국의 핵심 인프라를 공격하겠다는 경고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중재국인 파키스탄에 “미국이 또다시 외교를 배신하려 한다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분명히 드러냈다”고 불신감을 피력했다.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카드의 효과에 자신감을 얻은 미국과 해협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이란이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도널드 헤플린 전 미국 대사는 “트럼프의 협상은 두 걸음 전진하고 한 걸음 후퇴하는 스타일이므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양측 모두 영구적인 휴전을 원하고 있다”며 “밴스 부통령이 이슬라마바드로 향하고 있고, 이란도 결국 누군가를 보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 문제로 J D 밴스 부통령을 협상 대표단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가 이후 번복한 것도,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와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불신하는 이란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일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오는 21일까지인 휴전이 한 차례 더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