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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흙을 섞어 정교하게 쌓은 성벽’···1500년 만에 실체 확인된 ‘대구 달성’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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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20일 대구 중구 달성공원 내 '대구 달성' 남측 성벽에서 대동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현재 대동문화유산연구원이 달성 남·북측 성벽 구간을 조사하고 있다.

연구원은 달성 조사를 통해 대규모 방어 성벽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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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흙을 섞어 정교하게 쌓은 성벽’···1500년 만에 실체 확인된 ‘대구 달성’ 모습은?

입력 2026.04.20 15:44

  • 백경열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최재현 대동문화유산연구원 자료관리부장이 20일 대구 중구 달성공원 내 ‘대구 달성’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발굴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최재현 대동문화유산연구원 자료관리부장이 20일 대구 중구 달성공원 내 ‘대구 달성’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발굴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돌과 흙을 섞어서 아래쪽부터 계단식으로, 둑처럼 쌓은 덕분에 1500여년을 버틴 겁니다.”

20일 대구 중구 달성공원 내 ‘대구 달성’ 남측 성벽에서 (재)대동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약 20m 높이의 토성 안쪽 부분에는 경사면과 직각을 이루며 기울어진 채 돌들이 박혀 있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시민 50여명은 과거 대구를 다스리던 성 터를 처음으로 마주했다.

고대 신라시대 대구지역의 중심 성곽이던 ‘달성(達城)’에 대한 첫 학술발굴조사 결과가 약 1년 만에 나왔다. 대구시는 달성 성벽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를 열고 발굴 성과를 알렸다.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달성은 고대 신라가 대구 일대를 다스리기 위한 치소성(治所城·한 지역을 다스리는 치소지를 보호하는 성곽)으로 축조됐다. 이후 조선시대까지 개·보수를 거치며 성벽으로서의 기능을 이어 왔다.

시는 국가유산청과 함께 1500년 넘게 드러나지 않았던 달성의 실체를 확인하고, 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대동문화유산연구원이 달성 남·북측 성벽 구간을 조사하고 있다.

연구원은 달성 조사를 통해 대규모 방어 성벽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성벽 규모는 너비(하부) 35m, 외벽 높이 17m, 내벽 높이 9m로 확인됐다. 축성 시기는 성벽 기저부에서 출토된 토기 편과 성곽 축성기법 등을 근거로 5세기 중엽을 전후한 시점으로 추정된다.

20일 대구 중구 달성공원 내 ‘대구 달성’의 모습. 백경열 기자

20일 대구 중구 달성공원 내 ‘대구 달성’의 모습. 백경열 기자

원형을 유지한 희소성이 매우 높은 고대 성곽으로, 경주 월성과 견줄 만큼 삼국시대 대구 세력의 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라는 게 연구원측의 설명이다.

축성 기술도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발굴조사 결과, 암반층을 고르게 다듬은 뒤 견고성을 높이기 위해 흙과 돌을 용도 및 위치에 맞춰 교대로 다져 쌓는 ‘토석혼축’ 방식이 확인됐다.

성벽 외부에 납작하게 깬 돌을 경사지게 층층이 겹쳐 쌓은 흔적과 약 40㎝ 두께의 점토층으로 마감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특히 먼저 쌓은 성벽의 아래쪽을 ‘L’자 형태로 잘라낸 면에서 층층이 경사지게 돌을 쌓음으로써 밀려나는 현상을 막고 하중을 분산시키는 공법이 활용됐다. 또 축성 과정에서 점토의 이동을 쉽게 하고, 돌과 흙이 견고하게 결합되도록 대량의 ‘토낭(풀로 만든 흙주머니)’이 사용되기도 했다.

연구원측은 “이는 삼국시대 대규모 토목공사에 해당하는 저수지나 하천 제방, 대형고분 등에서 활용된 방식”이라면서 “지형의 불리함을 해소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는데, 어느 지역보다 정밀하고 뛰어난 축성 기술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성을 쌓기 위해 대규모 인력이 동원됐으며, 집단별로 역할을 나눈 ‘구획 축조 방식’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사도가 높은 성곽 내·외 벽면의 경우, 너비 2~2.5m 간격으로 구획 경계가 뚜렷했다. 이는 작업자별 기술 수준과 성을 쌓고 외부 마감을 위해 쓰인 돌과 흙이 서로 달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재현 대동문화유산연구원 자료관리부장이 20일 대구 중구 달성공원 내 ‘대구 달성’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발굴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최재현 대동문화유산연구원 자료관리부장이 20일 대구 중구 달성공원 내 ‘대구 달성’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발굴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시민 이송자씨(68)는 “어렸을 때 물끄럼히 바라만 봤던 달성을 실제로 둘러본 것도 좋았는데, 정교한 구조를 통해 선조들의 지혜도 엿볼 수 있어서 특히 보람됐다”며 “복원이 마무리되면 가족들과 꼭 다시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조사기관은 대구 달성이 신라 성곽의 발달 과정, 축성에 적용된 고대 토목기술 연구 등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원은 다음달 말까지 남쪽 성벽에 대한 발굴조사를 마칠 예정이다. 이후 오는 11월에는 남·북쪽 성벽 발굴 성과를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최재현 대동문화유산연구원 자료관리부장은 “(달성이) 신라 월성에 비해 전체 면적은 약 60% 수준이지만 성벽 규모는 비슷하다. 신라가 이 지역을 중시했다는 증거”라면서 “토석혼축이나 구획 축조 등은 전국적으로도 최근 들어 확인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연구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달성 부지 내에 있는 동물원이 대구대공원으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8년부터 달성 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성벽 터는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보존 및 정비하고, 인근 수목 등도 정비해 시민의 휴식처가 될 수 있게 가꾼다는 방침이다.

황보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번 조사는 대구 달성의 축성 시기와 구조를 고고학적으로 규명한 의미 있는 성과”라면서 “앞으로도 조사와 연구 활동을 벌여 대구의 역사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보존 및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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