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틀동안만 14건 길 잃음 사고 접수
안전사고 주의보 발령 후 현재까지 44건
소방당국이 고사리를 따다가 길을 잃은 채취객을 구조해 함께 걷고 있다.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봄철 제주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다가 길을 잃거나 뱀에 물리는 안전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20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주말이던 지난 18~19일 고사리를 채취하다 발생한 ‘길 잃음’ 사고가 14건 접수됐다. 지난달 31일 ‘고사리철 길 잃음 사고 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현재까지 고사리 채취와 관련해 모두 44건 사고(길 잃음 40건, 사고부상 4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9일 오전 11시32분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풍력단지 인근 숲길에서 60대 여성이 고사리 채취 중 길을 잃었다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이어 제주시 구좌읍 웃밤오름 인근 숲길,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1리 등지에서도 고사리 채취객이 잇따라 길을 잃고 헤매다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뱀에 물리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17일 오후 4시쯤 제주시 노형동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던 40대가 뱀에 물려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제주에서는 3~5월 품질 좋은 야생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해 많은 도민들이 숲과 들판으로 몰려든다. 이 시기를 ‘고사리철’, 자주 내리는 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를 정도로 고사리 채취는 제주도민에게 매우 친숙한 풍속이다. 특히 이 시기 채취한 제주 고사리는 줄기가 굵으면서도 식감이 부드러워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시장에서도 고가에 거래된다.
박모씨(73·제주시 조천읍)는 “고사리를 바짝 말려 두었다가 제사 때 쓰고, 남은 것은 파는데 용돈 버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 “최근 말린 고사리 한 근(600g)에 6만~7만원 정도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제주의 한 가정에서 채취한 고사리를 말리는 모습. 박미라 기자
문제는 고사리가 주로 인적이 드문 깊은 숲과 들판에서 자라다 보니 채취에 몰입하다가 길을 잃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정 건물이나 이정표를 찾기 어려운 지형 특성상 채취객들이 바닥만 보며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순식간에 방향 감각을 잃게 된다.
도소방안전본부는 해마다 ‘길 잃음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해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2021∼2025년) 도내 길 잃음 안전사고는 총 558건으로 연평균 111건 이상 발생했다. 이중 60.5%가 고사리를 꺾는 봄철(3∼5월)에 집중됐다.
사고 유형별로는 고사리 채취 중 발생한 길 잃음 사고가 41.6%(232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등산·오름 탐방 30.6%(171건), 올레길·둘레길 탐방 27.8%(155건) 순이었다.
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사고 다발 지역에 표지판, 안내표식 설치를 확대하고 119구조견·드론 등을 활용한 구조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고사리 채취 때에는 반드시 일행과 함께 행동하고, 휴대폰 배터리를 충분하게 충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