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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이라는 난감함 공유하기

입력 2026.04.20 20:13

지난 2월 발표된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 2021년 이후 4년 만에 0.8명대로 올라섰고, 올 1월 월간 수치는 0.99명으로 1명 선에 다가섰다. 지난해 쿠르츠게작트의 ‘South Korea is Over’가 돌던 때의 우울함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소멸’을 습관처럼 붙이던 정부·학계 행사에도 뭐라도 해보자는 기운이 끼어들었다. 해석은 엇갈린다. 연간 20조원의 저출생 예산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쪽과, 팬데믹으로 미뤄둔 혼인 수요가 뒤늦게 몰린 일시적 효과라는 쪽이 맞선다. 후자라면 곧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뜻이어서, 지금의 반등은 오래가기 어렵다.

거칠게 나눠 출산정책의 대상은 셋이다. 여건이 되고 희망하는 가정, 희망하지만 여건이 어려운 가정, 희망하지 않는 가정·개인. 정부와 지자체는 수년간 난임치료비 지원을 확대했다. 이제 평일 새벽 출근 전 진료를 받으려는 여성들의 난임전문병원 앞 행렬은 낯설지 않다. 두 번째 집단엔 부모급여·첫만남이용권·신생아 특례대출처럼 주거·양육비 보조가 집중된다. 신생아를 키울 때까지의 양육비 지원과 주거 지원의 효과도 분명하게 목격된다.

쟁점은 세 번째 집단과 어떻게 마주할 것이냐다. 결혼한 부부에게 쏠리는 지원은 비혼 시민에게 ‘싱글세’가 되고, 상위 계층까지 닿는 혜택은 아이를 매개로 계급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맞물린다. 국회에 발의된 생활동반자법이 두 시민의 자유 결합에 결혼과 동등한 위상을 부여하면 정당성은 강해지겠지만, 그럼에도 “왜 낳으라 강요하느냐”는 반발은 남는다. 분명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들의 선택권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저출생의 딜레마 벗어날 길 없어

그럼에도 국가와 사회의 관점에서 아이는 태어나야 한다는 게 구조적 어려움이다. 합계출산율 2.1명이 정답은 아니고 동아시아·선진국 공통 현상이라는 말도 맞으나, 그 공통성이 한국의 구조적 압력을 면제해주진 않는다. 인공지능(AI)·로봇이 일자리를 아무리 줄인다 해도 최소한의 인력은 필요하다. 게다가 일하는 시민이 내는 연금과 세금이 고령자를 부양한다. 60대의 정년 연장도 타당한 부분이 있지만, 다음 세대가 태어나지 않으면 미봉책이다. 이주가 대안으로 거론되나 체류 외국인은 이미 인구의 5%를 넘었고, 빈자리를 이주로 메우자면 이민자의 나라 미국도 못해본 규모의 사회적 실험이 필요하다.

경쟁의 구조도 마찬가지다. 베이비부머의 부모 세대는 다섯 넘는 자녀 가운데 한둘이 성공해 식구를 건사하는 그림을 그렸고, 집안 대표끼리 전국적 경쟁은 치열해도 가정 안에는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저출생 시대에는 한 집에 한 명 낳는 경쟁이라, 그 한 명이 무조건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이 되어 가족 단위의 여지가 사라진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시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생산이 멎으면 연금과 돌봄의 재정 기반, 자기 노년이 흔들린다. 이 딜레마에서 멋지게 벗어날 방법은 안타깝지만 없다.

비혼출산에 기혼출산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주자는 제안이 있다. 2024년 혼외 출생아 비중은 5.8%로 역대 최고이고 정부도 그 방향을 시사했다. 도움은 되겠지만, 부동산·세제 혜택을 노려 혼인신고를 미루다 출산 시점에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이 조치만으로 유의미한 반등을 낼지는 의문이다. 성소수자의 체외수정·대리임신 쟁점도 떠오르지만, 이는 제3세계 여성 착취와 국내 불평등에 얽힌 별개의 사안이다.

결국 정부는 아이를 원하는 이들에게 재산 여하와 무관하게 지원하고, 불평등이 우려되는 지점에선 고소득자 혜택을 조정하는 수밖에 없다. 기운을 빼는 것은 양극단의 목소리다. 한쪽은 저출생 정책이 불평등을 은폐한다며 ‘그 돈을 불평등 해소에 쓰라’고, 다른 쪽은 페미니즘이 여성의 출산 의사를 꺾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재원은 원활한 국민경제의 순환에서 나온다. 페미니즘을 규탄한다고 청년들이 마음을 바꾸진 않는다. 그렇게 해서는 문제는 안 풀리고, 그 와중에 혐오만 재생산된다.

대안과 비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획기적 대안으로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 저출생이 그렇다. 사회 전체의 모순을 하나하나 풀어가야 하고 양보하고 감수하고 마음을 열어야 하는 문제다. 여전히 세상이 나아지길 바라고, 공동체의 존립이 고민되는 기성세대가 있다면, 파국만 논하며 자극할 게 아니라 대안과 비전을 보여주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며, 귀 기울이며 조율하려는 태도를 청년들에게 몸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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