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전국 17곳 시·도교육청 자료 분석
22년 36.7%→24년 56.4% 증가 후 급감
현장학습 초등생 사망 사건 교사 유죄 영향 커
제주 상산일출봉을 찾은 수학여행단. 지난해 전국 일선 학교의 수학여행이 급감하면서 숙박형 수학여행이 사라질 위기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중 절반 이상이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수학여행은 현장학습 도중 사망한 학생 사건과 관련해 인솔 교사에게 법원이 유죄 판결을 한 이후 급감하고 있다. 숙박은 하지 않고 돌아오는 ‘비숙박형’도 많아지고 있다. 교육 당국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일선의 ‘수학여행 포비아’는 심각해 지고 있다.
20일 경향신문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수학여행 실시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6008곳(대구 제외) 중 수학여행을 간 학교는 2936곳(48.8%)에 그쳤다. 16개 시·도교육청이 자료를 공개했으며 대구시교육청만 ‘정보가 없다’며 관련 내용을 제공하지 않았다. 전국 일선 학교의 수학여행 시행 여부가 수치로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대부분 중단됐던 수학여행은 2022년부터 회복세로 돌아섰다. 당시 전국 초등학교 5472곳 중 2010곳(36.7%)가 수학여행을 갔다. 2023년에는 초등학교 5519곳 중 3130곳이 수학여행을 시행하면서 절반(56.7%)를 넘어섰다.
2024년에도 전국 초등학교의 56.4%(3392곳)가 수학여행을 다녀왔지만, 지난해 상황이 급변했다. 자료를 제공한 16개 교육청 중 15곳에서 수학여행을 가는 학교가 크게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울산은 2024년 모든 초등학교(121곳)가 수학여행을 갔지만, 지난해에는 57%(70곳) 수준으로 줄었다. 충남은 같은 기간 83.0%였던 초등 수학여행 비율이 64%로 크게 떨어졌다. 강원도는 80.2%에서 64.0%로, 경북도는 82.9%에서 66.1%로 급감했다. 전남도도 78.8%에서 67.4%로 초등 수학여행 비율이 줄었다.
반면 중·고등학교는 수학여행을 간 학교가 초등에 비해 많고 감소 폭도 크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 중학교 3174곳 중 68.1%가 수학여행을 갔다. 2024년(69.6%)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었다. 고등학교도 비슷했다. 지난해 수학여행 비율은 85.9%로 2024년(91.7%) 보다 소폭 감소했다. 나이가 어려 교사들의 보살핌과 지도가 더 필요한 초등학교가 중·고등학교에 비해 수학여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교사 부담 ‘1박2일’ 사라지고 ‘비숙박 형’ 증가
교육청·시민단체 “당국 방관 말고 적극 나서야”
수학여행 급감 추세는 2022년 11월 강원 속초에서 현장체험학습 중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심 법원은 지난해 2월 해당 인솔교사에게 유죄를 선고,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교사는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로 감형됐다.
이 사건 이후 학생에 대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교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 내용으로 ‘학교안전법’이 개정됐지만, 일선 교사들은 여전히 ‘안전 우려’를 들며 반발하고 있다. 교원단체는 “교사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주장하고 있다.
방식도 바뀌고 있다. 다른 지역으로 떠나 ‘1박2일’ 또는 ‘2박3일’을 함께 보내는 기존 방식 대신 숙박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음 날 다시 떠나는 ‘비숙박’ 수학여행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등 수학여행 비율이 90%를 넘었던 부산(98.3%), 경남(96.1%), 제주(92.9%), 광주(90%) 등은 이 방식을 도입했다. 부산의 경우 초등학교의 비숙박 수학여행 비중은 2024년 13.4%에서 지난해 32.7%로 2배 이상 늘었다.
한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수학여행을 가지 않으려는 교사와 수학여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등 교육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면서 “교육부는 방관하지 말고 통일된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박고형준 상임활동가는 “상당수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 의견이 배제된 채 교사 주도로 현장학습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 당사자들의 집단 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