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시한을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는 22일 저녁”(한국 시간 23일 오전)이라고 늦춰 잡았다.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하루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데다, 강경파와 온건파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 내에서도 엇갈리는 신호가 나오면서 2차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휴전은 워싱턴 시간으로 수요일(22일) 저녁에 만료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7일 2주 간의 휴전에 합의해 당초 오는 21일까지가 휴전 시한으로 여겨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벌고자 기점을 탄력적으로 해석해 사실상 하루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내부에서 엇갈리거나 모순되는 신호를 보내고 있어,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루종일 언론·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쉴새 없이 메시지를 쏟아냈으나, 일관성 없고 모순된 내용이어서 오히려 혼선을 빚었다.
그는 “오늘 밤(20일)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 말하면서, J D 밴스 부통령이 협상 장소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이미 출발해 곧 도착한다고 폭스뉴스와 뉴욕포스트에 말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이후 밴스 부통령이 아직 미국에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밴스 부통령이 21일 워싱턴을 떠나 이슬라마바드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발언은 상대방을 교란하려는 전술일 수도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절망감으로 불안정해진 심리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쟁이 장기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계산된 전략보다 감정과 충동에 따라 움직이면서 참모들도 당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또한 내부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추측을 반영하듯 엇갈린 신호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한 익명의 이란 관리들은 협상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고, 또 다른 이란 관리 2명은 NYT에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이란 대표단이 21일 이슬라마바드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측 대표단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우리는 위협의 그림자 아래서 이뤄지는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봉쇄 조치를 가하고 휴전 협정을 위반하면서 협상 테이블을 항복의 테이블로 바꾸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지난 2주간 전장에서 새로운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액시오스는 이란 협상단이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결정을 기다렸고 20일 밤 협상을 해도 좋다는 승인이 떨어졌으나, 강경파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해제 없이는 대화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오히려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이란은 우리 봉쇄로 하루에 5억 달러씩 손해를 보고 있다.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해제는 없다”면서, 자신은 2015년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때 체결됐던 핵 합의보다 이란으로부터 훨씬 더 큰 양보를 얻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의가 불발될 경우 전투를 재개하겠다는 ‘최후통첩’성 발언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룸버그·PBS 인터뷰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휴전을 연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휴전이 만료되면 이란에 많은 폭탄이 쏟아질 것”이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