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에서 열린 극동방송 창사 70주년 기념 전국 목회자세미나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언급 관련 미국의 대북정보 공유 중단 논란이 지속하자 청와대가 21일 사태 파악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정 장관 발언이 한·미 동맹에 균열을 초래했다는 국민의힘 주장이 정치공세라며 일축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정 장관 발언을 두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항의했다는 야당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간에 정보를 교류하고 공유하는 데 전혀 문제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에 “(이번 논란과 관련) 사태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밤 엑스에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며 “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SNS 글에 대해 “문제없는 사안이 왜 이렇게까지 확전이 됐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추가 지시가 있거나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공유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장관은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이 가동되는 지역으로 영변과 강선, 구성 3곳을 지목했다. 미국 측은 정 장관의 발언 근거가 미국 측이 제공한 정보라고 보고, 항의하는 차원에서 대북 인공위성 정보의 공유를 일부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달 미국 측의 문제 제기 이후 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한 광범위한 보안 조사를 했으나 관계 부처에서 기밀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정보 유출이니 안보 참사니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해당 정보는) 심지어는 작년 7월 정동영 장관 청문회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동맹 균열로 몰아가는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며 “장동혁 당대표의 빈손 귀국을 덮기 위한 의도적인 정치 공세가 의심된다”고 했다.
야당은 공세를 지속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미국과 헤어질 결심’”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정 장관의 발언이 문제없다고 일축한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장 대표는 “트럼프가 묻는다, 한·미동맹 or 한·중동맹/이재명이 답하고 있다 ‘친북 한·중동맹!!’”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FAFO’(Fuck Around and Find Out·까불면 대가를 치른다)의 영어권 속어가 담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장관의 구성 핵시설 언급이 나온 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찾아가 강력히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입장문을 내고 “주한미군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항의했다는 것은 한·미 군사외교상 적절하지 않고, 사실도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이 공유를 제한한 대북 정보는 미국 측이 위성을 통해 수집한 북한 기술 관련 정보다. 군 관계자는 이날 “이달 초부터 미국 측이 위성을 통해 수집한 일부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한된 정보는) 북한의 일부 기술 관련 정보들”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여러차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지난 1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을 포함해 한·미 정보당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긴밀한 정보공유 체계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간에 마치 대북 정책 공조에 균열이 있는 것처럼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한·미 간 대북 정책 공조는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간의 정보 공유는 일방이 아닌 상호 보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