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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물류 노동자 사망, 원청의 책임회피가 부른 비극

입력 2026.04.21 18:10

수정 2026.04.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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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화물연대 조합원 사상 사고 이틀째인 21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등이 CU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경남 진주 화물연대 조합원 사상 사고 이틀째인 21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등이 CU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 지난 20일 화물연대 소속 50대 조합원 1명이 2.5t 화물차에 치여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일 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는 진주, 경기 화성·안성, 전남 나주 등에 위치한 CU 물류센터 출입구 앞에서 화물차의 출차를 막아선 채 원청인 BGF리테일과의 교섭을 촉구하고 있는데,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원청의 교섭회피, 집회 현장에 있던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부른 비극이라고 할 만하다.

화물연대는 BGF리테일이 CU 물류 배송 업무를 담당하는 기사들의 실질적 사용자라며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CU 배송 업무는 CU 운영사인 BGF리테일, 그 물류 자회사인 BGF로직스, BGF로직스가 운영하는 지역 물류센터, 물류센터와 계약을 맺은 운송사, 이 운송사와 계약을 맺은 배송기사를 거쳐 이뤄진다. 화물연대는 이 다단계 구조의 맨 아래 있는 배송기사는 형식상으론 개인사업자이나 실질적으로는 CU에 종속된 노동자들이고, BGF리테일이 이들의 근로조건이나 처우를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법원 판단에 비추어보더라도 타당성이 있다. 법원은 CU 배송기사들과 계약관계가 비슷한 CJ대한통운과 택배기사들 간 분쟁에서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했다. 화물배송기사는 노조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BGF리테일은 CU 배송기사들의 처우는 지역 물류센터·운송사와 협의할 문제이지 자신들은 나설 사안이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으로 BGF로직스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조합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원청과의 교섭 요구→원청의 거부→파업→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지는 폐단을 없애자고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된 게 노란봉투법이다. BGF리테일의 대응은 이 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노조필증이 없는 화물연대로선 노란봉투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실질적 사용자성’ 판단을 거쳐 원청과의 교섭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노란봉투법이 담지 못하는 영역인 셈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하청노동자가 실질적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노동권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에 부합할 것이다. BGF리테일은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에 속히 응하고, 고용노동부는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 노란봉투법으로 이런 문제를 규율하기 어렵다면, 차제에 다른 제도적 대안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이건 정부만이 아니라 화물연대 또한 고민해볼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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