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속 국제 유가 상승 영향 본격화
시차 두고 소비자물가 반영···압박 커질 듯
서울 지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값이 리터당 2천원 선을 넘어선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한수빈 기자
지난달 미국·이란 전쟁으로 생산자 물가가 전월 대비 1.6% 올라 약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석탄·석유제품이 32% 상승하면서 1997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이 본격화된 여파다. 중간재인 나프타는 68% 급등했다. 생산자 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123.28)보다 1.6% 상승한 125.24(2020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2022년 4월(1.6%)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월(0.6%)보다도 상승률이 1%포인트나 늘었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7개월 연속 상승한 것은 환율과 유가가 급등했던 지난 2022년 1월~7월 이후 처음이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1%로 집계돼 지난 2023년 2월(4.8%)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월(2.5%)보다 1.6%포인트 불어났다.
지난달 물가가 급등한 것은 전쟁의 영향이 컸다. 석탄 및 석유제품(31.9%), 화학제품(6.7%) 등 석유 관련 제품이 크게 오르면서 공산품이 전월대비 3.5% 상승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석탄 및 석유제품의 전월대비 상승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57.7%) 이후 28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세부 품목 중에선 이번 전쟁으로 공급 제약이 발생하고 있는 나프타(68%)가 크게 올랐고 경유(20.8%), 에틸렌(60.5%) 등 석유와 화학제품과, 컴퓨터기억장치(101.4%), D램(18.9%) 등이 많이 올랐다.반면 돼지고기(-4.4%), 딸기(-42.5%) 등은 떨어졌다.
품목별로 보면, 농림수산품은 농산물(-5%), 축산물(-1.6%) 등을 중심으로 3.3% 하락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산업용도시가스(-3%)가 하락해 0.1% 내렸고, 서비스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보다 2.3% 상승해 지난 2022년 4월 이후 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급물가지수는 9개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원재료(5.1%)와 중간재(2.8%)가 크게 오른 영향이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 팀장은 “생산자물가엔 나프타 등 중간재 비중이 큰데, 나프타를 사용하는 다른 석유나 화학 제품의 생산비용에 영향을 미쳐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