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아이를 뿌리째 옮겨 심는 일의 무게···‘아동 수출국’ 오명을 어떻게 씻을까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모두가 저출생 문제를 말하고 있는 지금이 무색하게, 한국은 전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이 있습니다.

보튼마르크는 아들의 생모가 16살 때 충동적 성관계를 한 뒤 임신했고, 한국에서는 임신중절을 할 수 없어서 출산했다는 정보를 입양기관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입양은 아들에게도,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아이를 뿌리째 옮겨 심는 일의 무게···‘아동 수출국’ 오명을 어떻게 씻을까

입력 2026.04.22 07:00

수정 2026.04.22 07:08

펼치기/접기
  • 유경선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70년간 17만명 해외입양…‘아동 수출’의 후과

해외입양, 아동의 뿌리를 통째로 옮기는 일

정부가 사과·배상해야…진화위 활동 주목

해외에 입양된 한국 아동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해외에 입양된 한국 아동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모두가 저출생 문제를 말하고 있는 지금이 무색하게, 한국은 전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이 있습니다. 1985년엔 한 해에만 8800명이 넘는 아이를 입양 보내기도 했어요. 그해 태어난 아이 100명 중 1명만큼의 숫자였습니다.

부유한 서구 국가들에게 한국은 아이를 큰 제약 없이 보내주는 나라였습니다. 부모가 거두지 못한 가난한 나라의 아이를 부자 나라에서 맡아 키우는 것. 모두에게 ‘윈윈’인 것 같았지만 후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그리고 그걸 감당하는 일은 오롯이 입양 당사자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귀여운 한국 꼬마 아이”

보튼마르크의 아들은 노르웨이에 살면서 항상 ‘한국인(The Korean)’으로 불렸습니다. 학교와 사회는 물론, 가족 안에서도 ‘한국인’이라는 호칭이 따라다녔어요. 보튼마르크의 할머니는 입양 증손자를 항상 “귀여운 한국 꼬마 아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들은 노르웨이에서 노르웨이인 가족과 살았지만 그 자신은 언제나 한국의 사람이었습니다. 평생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보튼마르크는 아들의 생모가 16살 때 충동적 성관계를 한 뒤 임신했고, 한국에서는 임신중절을 할 수 없어서 출산했다는 정보를 입양기관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입양은 아들에게도,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그 생각이 너무 순진했다는 것을 압니다. 아이를 뿌리째 옮겨심으면서도 섣불렀습니다. 귀여운 한국 꼬마는 원치 않는 이주 끝에 “침묵을 강요당한 소수자가 되어간 것”이라고 보튼마르크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사고파는 일에 가담”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해요. 아들이 뿌리를 찾아 나선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58) 크리스티아니아 대학교 부교수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그의 책 <너의 한국 엄마에게>를 들고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58) 크리스티아니아 대학교 부교수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그의 책 <너의 한국 엄마에게>를 들고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입양은 산업이었다

한국은 지난 70년간 17만명의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 나라입니다. 이 숫자가 20만명이라는 추산도 있어요. 이승만 정권에서 시작된 국제입양은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을 거치며 규모가 커졌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복지부 장관은 한국의 아동을 입양한 미국의 입양부모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습니다. 혼외자, 고아, 성폭행 범죄로 태어난 아동 등은 국가가 책임지면 비용이지만 해외에 입양시키면 ‘달러’가 됐으니까요. 전두환 정권에서는 국가가 국제입양을 권장했습니다. 1985년에는 8837명의 아이를 입양 보냈는데, 그해 태어난 아이의 1.3%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전두환 정권 5년 동안 한 해 출생아 수의 1% 넘는 아동이 ‘수출’됐습니다. 아동 국제입양은 산업이었습니다.

국가가 이 산업을 잘 관리한 것도 아닙니다. 아이를 기르고 돌보는 것은 가정 울타리 안의 일로만 여겼으니까요. 한국은 입양 업무 전반을 민간기관에 맡겨 왔습니다. 정부가 감시·감독하지 않으니 아동의 신원관리가 엉망인 사례가 많습니다. 입양 보내려던 아동이 사망하면 다른 아동이 신원을 넘겨받는 일도 있었고요. 또 한국에서는 2013년까지 ‘비대면 입양’이 가능했습니다. 입양부모가 직접 아이를 만나러 오지 않아도 됐고, 우편으로 신청하는 입양도 할 수 있었습니다.

보튼마르크의 아들은 엄마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받아온 정보를 보고 “이게 전부냐”고 놀랐습니다. 서류는 사진 몇 장, 몸무게·키가 적힌 문서와 진료보고서 몇 장이 다였습니다. 그마저도 불투명하고 부정확한 정보인 경우가 많다는 것, 결국 입양은 외화벌이 산업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튼마르크와 아들은 ‘뿌리 찾기 항해’ 중 알게 됐어요.

아동 수출을 참회하는 법

영화 <스포트라이트>에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면, 학대하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아이가 학대당하고 불행한 것은 직접 행위자뿐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거죠.

물론 행복한 입양이 많습니다. 아이를 ‘가슴으로 낳아 기르는’ 일은 숭고하고 위대하고요. 하지만 한 아이를 그의 의지와 아무 상관 없이 통째로 이식해 버리고, 나아가 그걸 산업화한 것은 죄업입니다. 스웨덴 정부가 2002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 내 입양인의 자살률은 비입양인보다 3.7배 높았고, 2022년 연구에서도 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밖에도 입양인의 자살률, 약물중독 비율, 범죄율이 비입양인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연구가 여럿입니다. 해외 입양된 후 실제로 학대를 당한 사례도 물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뿌리를 옮겨버린 일의 무게입니다.

해외입양인 김유리씨가 지난해 3월26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해외입양과정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해외입양인 김유리씨가 지난해 3월26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해외입양과정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도현 기자

아동 수출을 조장하고 방관한 한국 정부는 늦게나마 참회해야 합니다. 입양인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보튼마르크와 아들은 생모를 찾는 일이 “소진하는 절차”였다고 했습니다. 입양기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었고, 그나마도 시간이 너무 걸렸습니다. 한국을 오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전부 개인의 몫입니다.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가 이제라도 할 수 있는 지원을 찾아야 합니다.

사과와 배상도 해야 합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해외 입양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사과를 권고했을 뿐 피해를 배상하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정부가 해외 입양을 2029년까지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 3기 활동을 지켜봐야겠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점선면>의 다른 뉴스레터가 궁금하시다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 https://buly.kr/AEzwP5M


매일 아침 '점선면'이
뉴스의 맥락과 관점을 정리해드려요!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