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성폭력을 자행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만성적인 성폭력을 피해 이주하거나 여아를 조혼시키는 사례 등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국제 인도주의 단체 연합인 서안지구 보호 컨소시엄의 보고서를 인용해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성폭력 피해와 모욕 등을 당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이주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1월 2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남부에 위치한 헤브론에서 일시적으로 통행금지가 해제된 사이 한 가족이 다른 팔레스타인 마을로 떠나고 있다. 게티이미지
서안지구 보호 컨소시엄은 지난 3년간 분쟁과 관련한 성폭력 사례 16건을 기록했으나,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사회적 낙인 등을 이유로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실제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인들에게 강제 노출, 고통스러운 신체 수색,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기를 노출하는 행위 등 성폭력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소변을 보는 행위, 이들을 결박하고 옷을 벗긴 채 굴욕적인 사진을 찍어 유포하는 행위, 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을 스토킹하는 행위 등의 성폭력 사례도 있었다.
성폭력 피해 증가로 서안지구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이주도 가속화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조사 대상 가구의 3분의 2 이상은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 특히 여아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이 결정적 이주 계기였다고 답했다.
이스라엘인과 접촉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여아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여성들이 일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이 성폭력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 조혼을 시키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6가구가 15~17세 여성들의 결혼을 추진했다.
서안지구 라말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여성법률상담센터의 키파야 크라임은 “소녀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고, 강제 조혼이 나타나고 있다”며 “여성들은 성폭력 때문에 직장에 갈 수 없어 일을 잃고 결국 집에 머무르게 된다”고 말했다.
여성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남성들도 성폭력의 대상이 됐다. 지난달 이스라엘인들이 서안지구 키르베트 훔사 마을을 공격해 팔레스타인 남성 쿠사이 아부 알케바시(29)를 붙잡아 성기에 케이블 타이를 묶고 구타하는 사건이 벌어져 보도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인터뷰 참여자들은 여성과 소녀들이 굴욕을 겪는 모습을 보며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계산해야 했다”며 “성폭력은 공동체에 압박을 가하고, 주민들이 이 땅에 남거나 떠날지를 결정하도록 만들며 일상생활의 패턴을 변화시키는 데에 사용된다”고 썼다.
이 보고서는 서안지구 전역의 팔레스타인 공동체 83곳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스라엘군은 군인들의 성폭력 의혹에 관한 가디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 배시은 기자 sieunb@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