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유전성 유방암 환자들을 4종의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국내 연구진이 구체적인 원인을 찾기 어려웠던 유전성 유방암을 분석해 환자들의 암세포가 4종의 유형으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향후 환자의 유형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선택하는 정밀의료 실현의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암센터 표적치료연구과 공선영 교수와 가톨릭대 의과대학 김태민 교수 연구팀은 해당 연구를 국제학술지 ‘실험 및 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진은 BRCA 유전자 변이가 없는 유전성 유방암 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환자의 유전자 전체 정보를 읽어내는 정밀 분석 기법인 전장유전체 분석을 수행했다.
유전성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BRCA 유전자의 변이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유전성 유방암 중 75~85%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환자는 해당 유전자가 정상이어서 명확한 암 발생 원인 확인과 치료 전략 수립 모두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들의 전체 유전 정보 중 어떤 유전자가 실제로 발현되며, 또 발현 여부를 조절하는 유전자는 무엇인지 세부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 환자의 암세포가 암 조직의 DNA 손상 방식에 따라 4가지 뚜렷한 유형으로 구분된다는 점이 발견됐다. 이들 유형은 DNA 복구 기능 자체가 망가진 ‘상동재조합 결핍형(HRD형)’, 돌연변이가 매우 많이 축적된 ‘돌연변이 우세형(MUT형)’, 특정 유전자 구역의 소규모 소실·증폭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복제수 변이형(CN형)’, DNA 손상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인 ‘유전체 안정형(GS형)’으로 나뉘었다.
연구진은 각각의 암세포 유형을 다량 확보해 시험관에서 반복 실험한 결과 유형에 따라 반응하는 치료제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전성 유방암 환자가 어떤 유형인지 미리 파악하면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사용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선영 교수는 “BRCA 이상이 없는 유전성 유방암 환자는 그동안 원인 규명과 치료 방향 설정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연구는 동일한 유전성 유방암이라도 암세포의 특성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져야 함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김태민 교수도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통합 유전체 지표가 향후 유전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제 선택과 예후 예측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