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여성 캐릭터

입력 2026.04.22 20:04

수정 2026.04.22 20:05

펼치기/접기

가상의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삼은 국내 최초의 드라마는 2006년 방영된 MBC <궁>이다. 박소희 작가의 동명만화를 영상화한 이 작품은 낯선 소재와 장르를 향한 우려에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성취했다. <궁>의 성공 이후 속편 격인 <궁s>(MBC·2007)를 비롯해 <더킹 투하츠>(MBC·2012), <황후의 품격>(SBS·2018), <더킹: 영원의 군주>(SBS·2020) 등 여러 편의 입헌군주제 배경 드라마가 등장했지만, 이 장르의 대표작은 변함없이 <궁>으로 기억될 정도로 그 첫 기억은 강렬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방영을 시작한 또 한 편의 입헌군주제 소재 드라마가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이 장르의 역사를 처음 쓴 MBC가 극본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점에서 <궁>의 영광을 재현할 만한 작품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아왔다. 드라마는 방영 4회 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를 돌파하며 높은 화제성을 기록 중이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궁> 방영 20년 뒤의 작품인 데다 제목에서부터 ‘21세기’를 내건 만큼 진화한 스토리를 기대한 이들이 많기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방영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 평가를 잠시 미루면,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눈에 띈다. <궁>과 <21세기 대군부인> 사이의 방영 시차로 확인할 수 있는, K드라마의 달라진 지형도가 그것이다. 몇년 사이 글로벌 주류 문화로 부상한 K드라마는 캐스팅, 캐릭터, 서사, 형식 여러 면에서 변화한 흥행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 예로, 주역 전원을 신인급 배우로 파격 기용한 <궁>과 ‘글로벌 앰배서더’ 급의 배우를 앞세운 <21세기 대군부인>은 캐스팅 전략부터가 다르다. 24부작인 <궁>의 방영 회차 절반에 해당하는 12부작 <21세기 대군부인>의 서사 전략도 마찬가지로 차이를 보인다. 후자는 입헌군주제에 관한 역사적 배경 설명과 인물관계 묘사를 간소화하고 남녀주인공의 갈등과 로맨스에 집중한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여성 캐릭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궁>의 주인공 신채경(윤은혜)은 디자이너를 꿈꾸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조부 세대의 약속과 파산 직전의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정략결혼을 수락한 채경은 ‘신데렐라’이자 ‘효녀 심청’으로 불린다. 이영미 대중예술평론가는 ‘시대와 여배우’라는 글에서 <궁> <포도밭 그 사나이>에서 인기를 끈 “윤은혜적 인물형”이 당시 청년세대의 무기력을 반영한다고 분석한 바도 있다.

그로부터 20년 뒤 <21세기 대군부인>은 ‘왕자와 결혼하는 평민 여성의 신분상승 로맨스’라는 기본적 설정을 <궁>과 공유하면서도, 강하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선호하는 요즘 여성들의 욕망을 주인공 성희주(아이유)에게 투영했다. 성공한 글로벌 사업가인 성희주는 목표를 위해 왕자에게 먼저 계약결혼을 제안할 정도로 대담한 여성이다. 신채경과 성희주, 두 캐릭터 사이에는, 명백하게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와 더불어 급부상한 여성 서사의 새로운 흐름이 놓여있다.

물론 이 같은 변화에도, 성희주를 선뜻 ‘진화’한 캐릭터로 보기 힘든 지점도 존재한다. ‘강한 여성’ 캐릭터의 힘이 주로 재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부의 권력을 마음껏 과시하는 성희주 캐릭터는 소위 ‘리치언니’로 대표되는 명품 선망의 아이콘처럼 단순하고 납작해보인다. 더 씁쓸한 것은 20년의 시차에도 변하지 않는 남자주인공의 지위다. 아무리 강한 여성이라도 신분상승을 위해 왕자를 필요로 하는 세계라니, 혁명적인 반전이 있지 않고서야 ‘21세기’라는 수사가 와닿지 않는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